독일정치경제연구소, 국회 김종훈 의원실에서 외국인재 유치 세미나 열어

| 일본과 미국, 중국, 독일 등의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
| 한국, 독일에 비해 인재 유치 기반 형편없어
| 외국인재 유치 위한 국가목표 및 과제 개발 서둘러야

 

▲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세미나 포스터 ⓒFiDPW 제공

글로벌 경제 위기와 장기 저성장으로 인해 세계교역량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한 자국 중심 경제정책 및 보호무역주의가 각국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기업의 경쟁력 저하 및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글로벌 외국인재 유치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중국의 인재 유치 경쟁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세계적인 인재 확보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일본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고급 외국인 인재에게 1년만 거주해도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일본 영주권은 일본에 10년간 계속 거주할 때 부여되며, 고급 인재의 경우 영주권이 부여되는 체류 기한은 5년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고급 인재의 학력과 연봉, 경력 등을 점수로 환산해 70점 이상일 경우 3년, 80점 이상일 경우 1년 만에 영주권을 부여하겠다는 것.

미국의 백악관예산관리국OMB은 유망 스타트업 창업가나 발명가, 사업가, 연구자 등이 신기술로 창업하거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을 경우 영주권을 부여해 취업이민이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 공익사업가 면제안Significant Public Benefit Parole Entrepreneurs Reform’ 제도를 승인해 곧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미 연방이민국USCIS은 일자리 창출과 투자 유도, 매출 증대를 통해 미국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해외기업가에게 최대 5년 동안 미국 내 합법적 거주가 허용되는 임시영주권을 주는 ‘국제기업가규정’ 안도 마련 중이다.

▲ 스타트업 비자에 사인 중인 미 오바마 전 대통령 ⓒstartuptimes.in

중국 또한 광둥廣東성 자유무역구에서 일하는 외국인 숙련 노동자들의 영주권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신속처리제도fast track’ 및 급여와 과세 기준을 충족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고 취업비자를 영주권으로 신속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독일의 외국인재 유치 정책

지난 23일, 독일정치경제연구소는 국회의원회관 김종훈(무소속) 의원실에서 ‘선별적 외국인재 유치 - 독일 사례와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패널로는 정미경 소장(프랑크푸르트대 경제학), 김영미 박사(예나대 법학), 서명준 박사(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등이 참여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정호원 박사(베를린자유대 정치학)는 고급인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유치정책을, 단순인력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는 독일 정부의 외국인재 유치정책을 소개했다.

그의 발제에 따르면, 독일의 이민정책 법령 상 우수인재 개념은 고급인력과 전문인력으로 나뉜다.

현재 독일의 고급인력 유치 촉진책으로는 연방교육연구부의 연구촉진정책, 외국인 우수학자 유치 장려책인 ‘훔볼트 교수직’, 연구인력 지원 포털인 ‘유라제스 독일’ 등이 시행 중이다. 전문인력 유치 촉진책으로는 블루카드제도, 플랫폼 형태의 종합정보 포털인 ‘전문인력공세’ 등이 있다.

또한 발제에서는 외국인재를 선별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비자제도인 베르텔스만 재단의 ‘흑․적․황 카드’가 제안되기도 했다.


韓-獨 외국인재 유치 기반 비교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이 외국인재의 입국단계, 정착단계, 활동단계 등 유치 여건별로 조사해 발표한 ‘한독 외국인재 유치 기반 비교’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재 입국단계에서 독일은 한국에 비해 영주권 발급에 보다 개방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었으며, 외국인재 유치에 대한 수요조사와 홍보, 그리고 제도의 체계성 측면에서 한국이 독일에 비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직구뉴스

정착단계에서도 2011년 기준 독일 내 외국인 전문인력은 전체 외국인근로자 중 13.3% 수준이었지만, 동기간 한국 내 외국인 전문인력은 3.8%에 불과했다. 또한 유학생 비율 역시 동기간 독일 내 유학생 규모는 10%를 상회했지만, 한국 내 사정은 2%로 형편없이 낮았다.

이주자를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의 성과, 즉 외국인과 내국인 간의 통합 성과 비율 또한 사회통합강좌intergrationkurs를 의무화하고 있는 독일은 2%인데 비해 한국은 0.9%로 초라했다.

이러한 한국의 열악한 기반은 활동단계에 가면 더 극명해진다. 외국인재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에는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의 위상과 경쟁력, 근로 여건 및 만족도 등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은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능력과 혁신 역량, 직원 교육 등에서 독일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대학과 연구기관 역시 글로벌 상위대학 수와 질, 산학협력 등의 평가부문에서 열위로 조사됐다.


독일의 외국인재 유치정책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발제 이후 이어진 패널과 패널, 패널과 청중 간의 토론에서는 한독 간 노동시장 차이와 독일식 모델의 한국 도입 가능성, 독일 블루카드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먼저, 한독 간 노동시장 차이에 대한 토론에서, 정미경 소장은 “독일은 기술 집약도가 높은 기술 선진국이라서 고급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지만, 한국은 제조업 위주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에 비해 고급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된다”며 세분화되지 못한 한국의 외국인재 유치정책을 비판했다.

다음으로, 독일 모델이 매우 보수적이라서 한국에 적용하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청중의 질문에, 서명준 박사는 “우리는 외국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이식하는 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을 배우려면 독일의 경제, 사회, 문화 및 마인드를 이해해야만 독일이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이 먼저”라며 실패한 것으로 인정되는 그린카드제도에서 블루카드제도로 정비해가고 있는 독일의 내부사정을 설명했다.

▲ 독일 블루카드제도 관련 토론 중인 서명준 박사 ⓒFiDPW 제공

사례 진단에 나선 김영미 박사는 독일 이민을 추진한 한국 의사의 사례를 들면서 “독일에는 의사가 모자라 웬만하면 곧바로 영주권이 부여된다. 그러나 정작 업무에 들어갔을 때, 전문성과 별도로 직무수행능력이 중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의사소통능력, 즉 언어다. 독일로 갔던 한국 의사는 언어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돌아오고 말았다. 독일이 고급인력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언어다”라며 우리 정부의 외국인재 유치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정부의 안이한 법률적, 행정적 무사안일주의’를 꼬집었다.


외국인재 유치를 위한 국가 과제 개발해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놓인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미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중심 경제정책과 헝가리,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국들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세계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이어질 한미FTA 재협상과 올해 최소 세 차례 예정되어 있는 미 연준Fed의 금리인상, 그리고 미 금리인상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는 1,300조 가계부채와 건설․부동산 경기에 올인하는 내수부양책, 인구절벽과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질 구조조정 등은 우리 경제의 앞길을 더 캄캄하게 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어려움에 빠지고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시점에 외국인재 유치는 ‘인재유출brain drain’로 인한 저발전 우려보다 더 비중 높은 경제현안으로 다뤄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고급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 발전이 더뎌진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해당국과 한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 근로인력을 유치하는 것보다는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제조업 국제경쟁력 제고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농단 및 사상 초유의 국가권력 사유화 사태가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새로 탄생할 정부는 단기적인 경제해법은 물론 장기적인 해법으로 외국인재 유치를 위한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과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제에는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 등의 외국인재 유치를 위한 경쟁력 제고방안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아울러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관련 법제 강화 및 교육 프로그램 강화 방안도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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