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제약업계 대표자들을 불러 주재한 회의에서 중국,일본 등의 나라가 환율조작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독일 등 미국이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나라들을 '환율조작국'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사실상 '환율전쟁'을 선포했다.

환율전쟁은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경쟁하는 것을 말하는데 다른 조건이 같다면 통화 가치가 낮을수록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 미국 제약업계 대표들을 불러 주재한 회의에서 "여러분은 수년간 중국과 일본이 뭘 하는지 보고만 있다"며 "그들은 자금시장과 평가절하시장을 갖고 놀지만 우리는 바보들(bunch of dummies)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또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역시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한 회견에서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를 이용해 수출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로 인한 달러강세로 각 분야에서 對美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중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더 이상 중국과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으로 자국 통화인 위안화와 엔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해 수출에서 이익을 보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 트럼프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봐왔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의 독일을 향한 발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정책의 무기로 달러 약세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의 막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중국과 멕시코 등을 상대로 벼른 '폭탄 관세'가 사실상 현실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환율조작국' 지정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재무부가 지정한 환율조작국에 무역협상 재검토,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정책 감시 강화와 같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며 무역정책 기조를 다자무역에서 미국을 우선으로 한 양자무역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카드로 양자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의 ‘환율전쟁’ 선포로 인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두드러졌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100.43까지 올랐다가 99.62로 떨어졌다. 이로써 달러인덱스는 1월에 2.5%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