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의 권한대행? 황 대행은 대선 포기하고 스스로 책임부터 돌아봐야

| 반기문 사퇴의 최대 수혜자 황 권한대행
| 황교안, 문재인, 안철수 또는 손학규, 3파전 가능성↑
| 권한대행이 할 일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뿐임을 명심해야


지난 해,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총리에 지명된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취임식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야권이 김병준 총리 지명자를 거부하자, 황 총리는 이취임식을 연기했고,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자연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에 올랐다. 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 반기문 사퇴로 급변하는 대선 정국

설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의 꿈을 접는 바람에, 그는 최고의 반사이익을 누린 당사자가 되면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유승민 의원 등을 제치고 일약 2위로 뛰어올랐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jtbc뉴스 화면 갈무리

정작 황 권한대행 본인은 아무런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정가를 비롯한 세간에서는 그가 대행 꼬리표를 떼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기대가 난무하고 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아예 대놓고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었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당을 떠나버려 무주공산이고,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반기문 전 사무총장 역시 곤두박질치는 지지도를 견디지 못해 대권 노욕을 버렸기 때문이다.


| 황교안 vs 유승민, 남경필?

현재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지지도 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한참 못 미친다. 향후 황교안 대행의 지지도와 유승민 의원 및 남경필 지사의 지지도에 큰 변동이 없다면, 바른정당은 또 한 번 새누리당과의 연합체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관측은 바른정당이 다시금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변화의 몸무림을 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새누리당과 이념의 궤를 함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연합의 매개자 ⓒ돌직구뉴스

그럴 경우,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그리고 황교안 대행이 여권 발 ‘스몰 텐트’에서 경합을 벌일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여권의 최종 주자는 세력에서 우세한 황교안 대행으로 결정될 수 있다. 여권의 황교안,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반기문이 빠진 ‘스몰 텐트’에서 올라올 안철수 또는 손학규, 이렇게 3파전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 황교안 대행의 대선 참여,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는 어떤 걸림돌도 없다. 그러나 현재 나라가 처한 상황이나 미래를 고려하면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직책에서 웃긴다. 그가 대선에 나설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게 된다. 그 직책을 우리말로 하면 ‘유일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된다. 이걸 영어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의 영어 표현이 ‘The Acting President'이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The Acting President Gyoan Hwang‘이 되고, 유일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The Acting President Gyoan Hwang's Acting President Ilhyo You‘쯤 된다. 길다. 길어도 많이 길다. 영어권 사람들은 이 긴 직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저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 게 대행을 대행하고 그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난맥상에 빠진 국정도 걸림돌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등 국가를 향한 행보’에 따른 세계 경제 및 안보 지형의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거시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국내 생활물가 견제까지 포기한 작금의 정부다.

고삐 풀린 물가에 대한 최종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당연히 국무총리, 즉 황 대행에게 있다. 그런데 그는 대행이 된 이후 대통령 코스프레하느라 물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행보를 보여 왔다. 무슨 죽을 죄를 지었길래, 경호는 또 그렇게 철통이던지. 그뿐인가? 고작 담마진(두드러기)으로 군 면제를 받아놓고는 훈련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건빵 맛 여전하네”라고 말했다가 조롱거리가 된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정말로 대행을 중도포기하고 대선에 나선다면 그날로 야권 및 국민들의 십자포화에 직면할 것이다.

마지막 걸림돌은 황 대행이야말로 나라가 탄핵 정국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 제공자들 중 두 번째로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법무부 장관에 발탁되었고,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등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행보로 국무총리까지 급속 영전한 인물이다. 대선에 나갈지 말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국가를 탄핵 정국으로까지 몰아온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밖에 없다.

▲국정농단의 두 책임자 ⓒ돌직구뉴스

이 사안과 관련, 새누리당의 홍문종 의원과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은 한 TV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황 대행의 대선 출정에 문제가 있느니 없느니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홍문종 의원은 대선주자가 무주공산인 새누리당의 구성원답게 황 대행의 대선 참여를 원했고, 하태경 의원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상대를 물어뜯고 있지만, 초록은 동색이라 여건만 조성된다면 언제든 물리적 연합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는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제대로 된 경제정책 하나 내놓지 못한 채 과거만 답습해 국가경제를 ‘침체 고착화’의 길로 이끈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제라도 대통령 코스프레와 대선에 대한 욕망을 접고, 최소한의 권한만 대행하며 현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권한대행의 권한이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국정 운영, 즉 현재를 유지하는 것에 국한된다고 보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권한다. 황 권한대행은 최규하, 고건 등 선배들이 취한 대행의 스탠스에서 역사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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