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노골적인 시간 끌기 작전에 휘둘리지 말아야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중 하나인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14일 끝내 헌법재판소 13차 변론기일 증인신문에 또 불출석했다.

앞서 헌재의 두차례 증인 출석 요구를 거절한 바 있는 안 전 비서관은 이번에는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출석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혀왔다.

헌재가 추가 변론기일 지정에 동의한 것은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안 전 비서관의 출석 담보를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전 비서관은 지난달 5일과 19일에 이어 오늘 세 번째 증인심문에까지 불출석하면서 결국 대통령 측의 무더기 증인신청은 시간끌기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헌재는 결국 이날 예정된 4명의 증인 중 1명에 대해서만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출석하지 않는 증인들은 모두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채택한 인물들이다.

때문에 대통령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선정된 여타 증인들 역시 오는 16일과 20일, 22일로 예정된 변론기일에 대거 불출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을 보듯 뻔히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증인들만이 아니다. 이날 헌재에서는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인 서석구 변호사가 태극기를 두르고 대심판정에 들어가려다가 경위로부터 제지당하는 추태를 벌였다.

서 변호사는 경위에게 재판에 불필요한 물품을 반입하지 말고 정숙을 유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변호사는 변론 시작 전 미소를 지은 채 방청석을 향해태극기를 펼쳐보였다.

이 같은 서 변호사의 탄핵심판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여론몰이라고 밖에 의심할 수 없는 괴이한 행동은 헌재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으며 빈축을 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 변호사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 불리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집회에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미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비난을 받은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며 다수결의 위험성을 변론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들에게 하루 빨리 국가와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신속한 탄핵심판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은 이제 어리석고 무의미한 메아리가 되어 버렸다.

다만 헌재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대통령 측 요구에 지나치게 끌려 다니지 말고, 속내가 빤한 대통령 측의 작전에 더 이상 휘둘리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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