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작성 '지시사항 문건'에 담겨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2월 세월호 참사 청문회를 앞두고 "청문회 출석 증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예상 질의응답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작성한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보고' 문건에 박 대통령의 세월호 청문회 지시 내용이 담겼다. 박 대통령은 1차 세월호 청문회를 하루 앞둔 2015년 12월 13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세월호 청문회와 성향을 분석하고 예상 Q&A를 면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하 해양수산비서관실에 하달됐다. 해양수산비서관실은 수산 분야와 해양경비 분야 등을 총괄한다.

그동안 세월호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들이 입을 맞춘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답변을 해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대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예상 질의응답 준비 뿐만 아니라 증인들의 정치적 '성향'까지 파악해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볼때 매우 철저히 준비 작업이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1차 청문회 직후 해경 쪽 증인의 사전 질의응답 자료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초기 구조활동과 타 기관 세력 통제 의혹, 전원구조 오보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30여쪽에 걸쳐 담겼다.

문건 표지에 '대외주의'라는 단어와 함께 2015년 12월 8일 작성됐다는 의미의 '12.08. 00:00 현재'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해경 쪽은 "청문회 참석 증인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자료"라고 해명했다.

권영빈 전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변호사)은 "청와대가 증인 성향을 분석하고 답변 내용을 사전 통제해 특조위 청문회 활동을 방해하고 무력화하려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청문회는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관했으며 2015년 12월14~16일(1차), 2016년 3월28~29일(2차), 9월 1~2일(3차) 등 세차례 열렸다. 1차 청문회에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 등 해경 관계자들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 등 31명과 참고인 6명이 출석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 회피적 태도는 김영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업무일지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14년 7월3일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해 '청와대 보고, 그 과정의 혼선 X'라고 언급한 것으로 적혀 있고 세월호 특조위의 법적 근거가 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국난 초래', '좌익들 국가기관 진입 욕구 강'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메모돼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청문회 직전 '증인 성향 파악과 예상 Q&A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뉴시스.KBS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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