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3주간 보강 수사로 대가성 입증···이제 박 대통령만 남았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17일 전격 구속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구속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보강 수사 끝에 결국 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 430억원대 특혜 지원을 한 혐의(횡령·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재산을 국외로 반출한 혐의(재산국외도피), 특혜 지원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 계약한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받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운 대가로 최씨 일가에 430억원대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가성 및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정도,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약 3주간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함께 법원에 제출된 수사자료는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뇌물공여 혐의와 대가성 여부였다. 특검팀과 이 부회장 측은 이 부분을 놓고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팀은 "경영권 확보 등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하고 최순실 씨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고 이 부회장 측은 "강요에 의한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반박으로 맞섰다.

대가성 여부가 최대 쟁점인 상황에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건넨 자금에 대해 대가성이 있을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증 혐의를 제외하고 같은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한 판사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상진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최씨에게 뇌물을 건네는 '실무자' 역할을 한 박 사장의 행동이 구속이 필요할만큼 비중이 있었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박 사장은 삼성그룹이 최씨를 지원하는데 실무적으로 핵심 역할을 맡았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최씨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자리에서 최씨가 삼성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뇌물공여자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뇌물수수자로 간주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도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특검 수사의 칼날은 보다 쉽게 박 대통령을 정조준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특검은 박 대통령을 향한 뇌물죄 수사의 추진동력과 함께 명분, 자신감까지 얻게 됐다는게 법조계 평가다.

현재 특검팀은 박 대통령 측과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상황이다. 이 협상에서 특검팀은 '대면조사를 청와대 외부에서 진행하고 일정을 공개하자'고 최초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을 받은 청와대 측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했으며 일정 공개 여부를 놓고 특검과 계속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전격 구속됐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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