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와 측근들이 K스포츠재단 장악하려 했던 정황 남아있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그 측근들이 자신들이 추진했던 이권 사업과 언론폭로 사이에서 갈등했던 흔적이 발견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본인들 신분이 노출돼 자칫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언론 폭로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타깃으로 삼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차관은 GKL·삼성에 최순실 씨와 장시호 씨 등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16일 매일경제가 보도한 김수현-고영태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17일 오후 2시 전화 통화를 했다. 고씨는 A씨(언론인)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었다.

이 통화에서 고시는 "소개를 받아서, 연결 받아서...그런데 이게 사람들 다 피해를 본다. 그건 좀 그러니 이것만 뺍시다. 내가 얘기를 (A씨에게)하려고 하는 거야. 다른 걸 드릴게요. 어쨌든 깔끔한 다른 걸 드릴게요. 어차피 쿠션을 줄 제목도 안 됩니다. 그래서 내가 (A씨에게) 물어봤던게 어떤 틀을 갖고 계십니까, 제가 도와드리면 도와드리고 자료를 드리면 자료를 드리는 거지, 저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뭘 어떻게 도와드려야 되는지 모른다고 얘기했었어. 자기(A씨)의 플랜은 그냥 남들이 잽잽하다가 엉뚱한 데서 김종 뒤지다가 튀어나올 거고 그럼 여론은 이 사람이 아무리 잘못 안 해도 그런 나쁜 사람, 이렇게 인식이 되기 때문에 그런 거를 보는 거 같아. 그럼 일단은 뭔지 알겠다고, 그래서 김종 쪽으로 할게요 그랬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두 사람은 이 문제로 다시 통화를 한다. 이 통화에선 고씨가 A씨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었던 정황, 고씨와 측근들이 K스포츠재단 장악을 추진했었을 개연성이 드러난다.

―고씨 "(웃으면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 같이 엮여야겠니?"

―김씨 "형은 몸사리셔야죠. 내일 A(언론인) 보고, 얘기 잘하고, 그다음에 빨리 보셔야죠."

―고씨 "아무것도 (사업이) 안 되던 게 이제 일이 막 쏟아지고 있는데 잘되고 있는데 갑자기 A가 발목을 잡네. 근데 A가 그런 거를 확실하게 얘기해 줄 X가 아니라서 그런 거지. 여러 사람이 걸려 있다는 걸 (말)했을 때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지."

―김씨 "A한테 형이 '내가 지금 소장(최순실) 통해 가지고 뭔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까 이거는 내가 지켜야 하니까, 이것만은 안됩니다'라고 얘기하면 그 사람은 들을 사람인 건 맞아요."

―고씨 "그래?"

―김 " 네, 그거는 내가 지금 먹고사는 거니깐. (A가) 저한테 그랬어요. (고영태는) 뭘 먹고살려고 그러냐 저한테 물어보고. A한테 (형이) '내가 지금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어찌 됐든 쪼그만 일을 하려고 하니까 이거는 막아 달라'고 하면 그건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니까. (형이 K스포츠재단의) 사무부총장 들어가고, 장악하고, 그다음에 우리 할 수 있는 대로 다 하기만 하면 그다음은 그냥 어떻게 되든 다른 거 할 수 있는데."

고씨와 김씨 간 또 다른 통화에서는 고씨가 최순실 씨와 부산에 여행을 간 것처럼 보이는 정황도 나타난다. 지난해 3월 11일 저녁 9시에 이뤄진 통화에서 김씨가 "부산 바다는 어떤가요? 하여튼 푹 쉬고 오세요. 부산 가서 바다 보면 여자..."라고 하자 고씨는 "저, 그...소장 와 있어. 같이 있어 지금"이라고 말한다. 김씨가 "아하 죄송합니다. 제가 몰랐네요. 영태 형 고생이 많으시네요. 죄송해요"라고 하자 고씨는 "일의 연장이야, 뭘 줄 알지? 그것만 알고 있어 그냥"이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는다.

고영태씨는 김수현씨와의 통화에서 김종을 나쁜 사람으로 올라가려 했던 것으로 정황이 드러났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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