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淸廉)은 외롭고 힘들며 불편하고 궁핍 vs 부패(腐敗)는 수월하며 달콤하며 즐겁고 풍요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중이다. 대통령은 헌법수호의 책임을 진 국가 원수이며 주요공무원의 임명과 정책의 최고결정권을 가진 행정부의 수반, 대한민국 1호 공무원이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꾸짖어 뉘우치게 하는 견책(譴責)에서부터 공직에서 일정기간 배제하는 파면(罷免)에 이르기까지 총 6단계로 나뉘어진다. 지난 연말 내려진 대통령 파면결정은, 이 나라 가장 높은 지위의 공무원에게 가장 무거운 징계가 내려지고 그것이 확정된 것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2016년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이어 세계에서 열 번째 탄핵 대통령 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공직자가 국민으로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며 청렴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청렴(淸廉)은 외롭고 힘들며 불편하고 궁핍하다. 부패(腐敗)는 수월하며 달콤하며 즐겁고 풍요롭다. 청렴은 인간의 본성과 배치되며 호모사피엔스는 부패의 DNA를 내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모든 생명유기체는 존재하면서 부패하기 시작하였으며 자연은 부패를 통해 순환한다. 그래서 루소(Rousseau)는 에밀(Emile)의 첫머리에, ‘조물주의 손에서는 모든 것이 신성하였으나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부패하기 시작했다’고 단언하였다.

공직자의 청렴은 인류사의 영원한 숙제다. 조선조 청백리의 표상인 황희 정승을 조선왕조실록 세종편에서 그를 ‘황금대사헌’이라 칭했고, 월가(Wall街)의 저승사자, 엘리엇 스피처(Eliot Spitzer) 검찰총장과,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주역 데이비드 페터슨(David Paterson) 뉴욕주지사도 부패의 DNA를 억누르지 못했다.

타흑창홍(打黑昌紅)을 외치던 충칭의 보시라이도 차세대 상무위원에서 하루 아침에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공직자의 청렴이 부패의 늪에서 외줄을 타는 것처럼 어렵고 위태롭다는 것을 바로 우리 국민들이 지금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청렴수준은 여전히 낮은 단계이다. 2010년의 스폰서 검사, 11년의 벤츠여검사 사건에 이어 온 국민을 죄인으로 만든 세월호 참사를 거치는 동안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2015년 37위에서 2016년 52위로 떨어졌다.

민간과 공공분야 모두에서 낮은 청렴도가 국가경쟁력(GCI)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국정농단 부패스캔들을 반영하게 될 2017년 결과는 더욱 우려스럽다.

한국 '국가 청렴도' 순위 37→52위…역대 최저 폭락
국제 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2016년 국가 청렴도 순위
7위싱가포르
15위홍콩
20위일본
31위대만, 카타르
35위보츠와나 (아프리카)
38위카보베르데 (아프리카)
41위브루나이, 코스타리카
50위모리셔스 (아프리카)
50위르완다 (아프리카)
52위한국
79위중국
174위북한

지난해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6개월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된 위반사례는 모두 2311건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공직자의 외부활동 미신고 등 과태료 부과 내용이며 실제 사법기관에 수사의뢰된 것은 19건에 불과하다.

기존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인한 징계처분이나 기존 형법상 사법처리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정도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제정과 시행을 위한 오랜 준비기간에 비하면 가히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다!

양천구 신규공무원 청렴 교육중인 필자(2017. 4. 18)

공직자가 청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패를 경계해야 할 것이나 민선시대 그것이 충분조건일 순 없다.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적 규정(7조1항)을 이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성실해야하고 국민이 인정할 만큼 유능해야 한다.

매년 실시하는 신규공무원 청렴 오리엔테이션에서 필자는 우리 양천구가 청렴과 민원분야에서 최우수 지자체라는 소개로 자긍심을 높이며 동참을 당부한다. 그러나 미래의 기준과 흐름을 이끌어갈 새내기 공무원들이 무엇보다 명심해야할 것은 청렴임을 강조한다.

청렴이 공직자의 만선지원(萬善之源)이며 제덕지근(諸德之根)이다. 위대한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가 세상에서 가장 경이롭다고 했던 쾨니히스베르크 하늘의 별처럼, 여러분의 가슴속에 빛나는 거룩한 청렴의 별이 자신과 국가를 밝게 지켜줄 것이라고...

                      김기식 서울시 양천구청 감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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