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타임스퀘어 광장의 네온보다 대한민국 광화문의 촛불이 더 정의롭게 보인다

16세기말, 에스파냐인들에 자극받은 잉글랜드인들이 북미의 버지니아 제임스타운(Jamestown)에 최초의 식민지를 세우고 17세기초 청교도인들이 성공회의 탄압을 피해 메사추세츠주에 도착하였다.

18세기말에 이르러 동부해안 13개주에 식민지를 건설한 이주민의 나라(The United Colonies of America)는 마침내 모국(母國)과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였고, 내전을 통해 더욱 공고한 연방국가(Federal state)를 건설하였다.

초기의 미주연합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은 본국과 다른 제도인 대통령제를 채택하였으나 헌법의 첫 번째 조항을 입법부로 하고 국가최고감사기구(U.S.GAO,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를 의회 통제하에 두는 등 의회가 국정운영과정의 실질적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성조기를 게양하여 개원중임을 알리는 미국회의사당

2017년 5월 1일 오후, 네오클래식의 거대한 국회의사당 양쪽에 성조기가 게시되었다. 북쪽의 상원(Senate)과 남쪽의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이 동시에 개원중임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도 경험한 바 있는 양원제(Bicameralism)는 미연방정부 성립과정에서 지역과 인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견(異見, The Virginia Plan, The New Jersey Plan)을 절충한 타협의 산물로 등장하였다. 각 주를 대표하는 상원(La/Senatus)과 인구비례에 의한 하원의원은 대부분 재선출되며 공직자에 대한 탄핵을 포함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한다.

러시아 내통설과터키 커넥션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특검과 탄핵이 추진된다면,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렸던 우리의 경우와 달리, 하원 과반수와 상원 3분의 2의 판단만으로 대통령 파면을 확정짓게 된다. 에비뉴(7th Avenue)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크고 작은 뉴욕의 광장에는 서울의 촛불탄핵을 동경하는 시위대가 이미 활동을 개시하고 있었다.

월가(Wall街)의 황소상(Charging Bull) 아래 모인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부활한 프리덤 타워의 위용은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가 여전히 유효함을 말해준다.

미국에 의한 패권질서(hegemonic order), 제국적 질서(imperial order)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총생산의 4.7%에 불과한 국방비가 전세계 60% 에 이르며, GDP 자체도 2위인 중국, 3위(일본), 4위(독일), 5위(영국)를 전부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백악관 옆 스미소니언 박물관(The Smithsonian museum)에 전시된 링컨대통령의 유품이 주는 교훈과, 동일한 크기의 정신병원을 대체한다는 센트럴파크는 이 나라 성장과 여유의 한계를 짐작키 어렵게 만든다.

버팔로(Buffalo)를 지나면서 멀리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이내 엄청난 진동과 굉음으로 1200만 관광객의 가슴을 두드린다. 캐나다 국경 다리를 넘자 오색 무지개 속 갈매기가 반갑게 인사한다. 매 순간 6천톤씩 줄지어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관광객은 옛날 인디언들이 ‘천둥소리 물기둥’ 나이아가라(Niagara)라고 이름지은 까닭에 공감하며 몽롱하게 순례자의 심정으로 빠져든다.

매년 1200만 관광객이 몰려드는 나이아가라 말발굽(horseshoe)폭포

온타리오(Ontario) 호수 거친 물결위 보트와 헬기에서의 흥겨운 추억을 뒤로하고, 세인트로랜스(Saint Lawrence)강에 신기하게 펼쳐진 천섬(Thousand Islands)을 바라보며 아이스와인의 달콤함에 빠질 즈음, 북미의 파리라 불리는 금메달의 도시, 몬트리올에 닿는다.

대륙의 끝지점인 퀘백(Quebec)은 ‘물이 좁아지는 곳’이란 어원으로, 16세기 영국과 프렌치, 인디언의 복잡한 전쟁과정에서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거리에 취한 이방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임스울프(James Wolfe) 장군의 동상앞에서 낭만적인 포즈를 취하고,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섰던 빨간 대문을 열어보기에 바쁘다.

버몬트(Vermont) 국경을 지나 메사추세츠로 들어오면 야구의 고장 보스톤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아닌 중심가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Holocost Memorial)이다. 유리면에 촘촘히 새겨진 아우슈비츠(Auschwitz) 챔버에서 희생된 400만의 이름이 오랫동안 눈앞에 어른거린다. 케임브리지(Cambridge)를 지나오니 하바드 로스쿨 여대생들의 평범함이 인상적이다. 나도 워싱턴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 꾸는 꿈이 궁금했지만, 그녀들 역시 지구 반대편 동양인이 건네는 인사가 재미있었는지 깔깔대며 행운을 보내준다.

보스톤 하버드대학교 John Harvard 동상앞 로스쿨학생들

해밀턴 공원(Hamilton park)에서 바다 건너 맨하탄(Manhattan)의 야경을 바라본다. 침사추이(Tsim Sha Tsui)에서 홍콩섬을 내려 보는 것 같다. 넘쳐나는 화려한 야경들로 미루어 21세기 인류는 머지않아 호모 나이트쿠스(Homo-nightcus)로 불려질 것이 확실하다.

미뤄왔던 숙제라 돌아오는 내내 흥분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 JFK 공항보다 훨씬 더 친절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사이 서울과 대한민국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첼시의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 보다 새로 개장한 서울로(路) 7017이 더 멋지고, 화려한 타임스퀘어 광장의 네온보다 대한민국 광화문의 촛불이 더 정의롭게 보인다.

민주시민의 소명(召命)이 무엇인지, 국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인문학적 소양(素養)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세계에 가르쳐 줄 시대가 바야흐로 다가온 듯 하다.

감동의 대한민국이다!

 

 김기식 서울시 양천구 감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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