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은 우리사회의 혈관과 같은 소통체계다

문재인 정부가 들고 나온 제1의 개혁 담론은 적폐청산이다. 지난 한달 동안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검찰, 감사원 등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을 개혁적 인사로 새로 임명하고 개혁과 적폐청산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회적 약자, 비정규직 그리고 서민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80%가 넘는 지지율 고공 행진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볼 맨 소리도 흘러나온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가장 심각한 적폐가 쌓여 있던 곳이 바로 언론분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200여명의 언론인들이 방송의 공정성과 권력으로 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다가 해고, 파면, 해임, 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다. 그 시절 MBC, KBS, YTN을 비롯한 공영방송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통해 정치권, 민간인 사찰 뿐 만 아니라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지속적으로 진행으며, 이사장, 사장을 조인트를 까면서까지 폭력적으로 자기 손아귀에 넣었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언론보도에 개입하고 언론사 이사회와 사장 등의 인사에 관여하였다. 이러한 탄압으로 방송사 내부는 권력에 순응적인 인사들로 채워지고, 정권의 입맛에 맞추는 자기 검열이 강화되었다.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은 경영자의 경영 자율성으로 대체되고, 돈이 되는 프로그램 제작이 방송의 핵심가치가 되었다. 사회를 시끄럽게 하거나 정권의 눈을 거스르게 하는 프로그램은 기획단계에서 잘려나갔다.

바야흐로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과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9년간 나타난 문제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언론탄압과 정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고,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난 9년간 공영방송을 권력에 바친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부역한 101명의 언론부역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MBC에서는 사내 게시판에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서명 운동이 벌어졌으나 곧 삭제되었다. 김장겸 사장은 자신의 취임 시기인 박근혜 정부 때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강한 야당방송이 되겠다”고 천명했다고 한다.

KBS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8%가 사장 퇴진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영 사장에 의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하락이 주요 이유로 나타났다. 한편, 오랜 동안 해직자 복직 투쟁을 해오고 있는 YTN노조는 김호성 상무 셀프 사장 출마를 규탄하고 부역자들에 대한 책임을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띄웠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이 장악했던 방송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그들의 눈에는 방송장악이라 비춰지는 것 같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자리 잡고 방송을 권력에 바친 경영진과 책임자들이 여전히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영방송이 우선적으로 개혁되지 않으면, 다른 사회 여러분야의 개혁과 적폐청산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공영방송은 우리사회의 혈관과 같은 소통체계이다. 이 소통 체계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정립되어야만 사회의 여러 다른 분야를 개혁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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