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자화상
언론의 모습은 한국사회의 자화상
  • 박태순 기자
  • 승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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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정상화는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의 선행 조건

지난 23일 미디어오늘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6월항쟁 이후 30년, 한국언론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대토론회가 열렸다. 30년간의 민주화운동과 언론운동 과정,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 진보적 언론의 과제와 전망 그리고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모색하기 위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87년 이후 언론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퇴행을 함께하면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1993년 김영삼 정부들에서 정치권력으로 부터의 직접적인 탄압에서는 벗어났지만, IMF와 세계화의 테제 속에서 언론의 자유 보다는 경제적 논리가 지배적 위치를 점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언론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언론 개혁이 진행되었으며, 정부의 비판을 허용하였다. 이때부터 언론은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논리에 따라서 언론 간 이념적 대립이 시작되었다. 특히 보수언론은 노골적으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앞장섰다.

이 시기는 언론자유의 황금기였으며,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는 언론자유지수가 34위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급격히 추락하여 2017년 프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 보고서에서는 66위였으며, 7년째 ‘부분적인 언론자유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언론자유의 후퇴는 곧 민주주의의 퇴행을 의미한다. 87년 민주화 이후 30위대에 머물면서 언론자유국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로부터 사회 전반에서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치권력의 언론장악이 노골화되었다.

사주들, 경영자들과 같은 경제 권력이 제작, 편성 및 편집에 직접 관여하면서 언론의 자유는 경영의 자유로 대체되었다. 결국, 지난 7년은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사주)이 언론 자유를 볼모로 잡고 기득권을 누려오면서 민주주의와 언론자유가 퇴행해왔던 시간이었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이 사회적 언로(言路)로서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언론은 사법, 행정, 입법과 더불어 제4의 권력 혹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와 더불어 사회를 지탱하는 제5의 기둥이라고 한다. 따라서 언론이 정상으로 작동하고, 건강하게 사회를 받치고 있을 때, 나라다운 나라가 될 것이다.

언론정상화의 방향

먼저, 저널리즘의 복원이 필요하다. 오늘날 저널리즘의 신뢰도는 바닥끝에 와 있다. 사실성, 객관성, 공평성, 진실성 그리고 언론 및 기자의 책무(accountability) 등과 같은 저널리즘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복원이 필요하다. SNS, 개인 미디어의 발전으로 무수한 정보와 의견들이 공론장과 개인적 공간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짜뉴스가 언론을 도배하고, 거짓 의식을 확산하는 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국민당의 당원이 조작한 ‘문준용의 취업특혜’ 정보가 게이트 키핑 없이 확산되어 선거에 엄청난 파장을 준 사례에서 또 한 번 가짜뉴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기자제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언론과 관련된 전문 공공기관에 의한 기자증 발급 등의 제도적 보완과 저널리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1935년에 설립된 전문기자증발급위원회(CCIJP)가 검증을 거쳐서 개인 및 언론단체에 대하여 직업기자증을 발급하고 있다. 또한 저널리즘 학교를 통해 기자의 양성과 재교육을 통해 저널리즘 인식을 향상시키고 있다. 

둘째는 언론의 시민성 회복이다. 우리언론이 가장 비판 받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지나친 정치화다. 물론 언론, 특히 신문의 논조는 특정한 이념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그에 부합하는 정치세력을 옹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행위는 어디까지나 시민사회의 토양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언론에는 시민사회에 뿌리를 두고, 사법, 입법, 행정부 및 기타 권력 기관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본연적으로 주어져 있다. 언론이 정치사회에 자리 잡고, 권력과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때, 우리는 언론이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고 한다.

2011년 KBS의 민주당 도청사건은 언론 정치화의 끝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소수 언론인의 일탈을 넘어서 공영방송이 당시 한나라당의 한 정치조직처럼 활동하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언론 행태에서는 정치 및 국가적 어젠더에 대하여 시민사회 혹은 시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결국, 언론이 정치세력간의 담론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시민독자와 시청자들을 배제시킨다. 언론의 신뢰도 추락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보편적 시민성을 지키고, 구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존립 목적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언론 종사자들이 뉴스를 생산하고, 정보를 가공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로 시민성이다. 르몽드가 아프리카에 대한 뿌리 깊은 착취구조를 이용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를 비판했던 사례는 인권, 평등, 정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 한 언론활동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셋째, 언론의 사회적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디지털융합 환경 속에서 다양한 언론이 출현하면서 한정된 광고재원으로 인해 언론의 경제적 여건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그대로 기자들과 언론활동에 돌아가고 있다.

생계형 기자들의 출현은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협 요소가 되었다. 이 열악한 경제적 조건들은 사주 혹은 경제 권력이 개개의 기자와 언론을 통제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다양한 생각, 양질의 정보가 생산되고 교류될 수 없다.

따라서 언론 및 언론인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헌법 21조는 언론의 자유를 국가의 기본 가치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가는 권력을 잡은 자가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역할을 위해 복무했다.

그러나 이제는 언론 자유가 국가 이익이며, 공동체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언론이 자신의 역할을 합당하게 수행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공공 투자를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다는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언론생태계는 사회의 건강도, 그리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는 시료약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을 보면 그 사회가 보인다.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라는 자유언론실천재단의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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