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과 공화주의 정신에 충실한 개헌에 정치권이 나서야 할 때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는 3‧1 독립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임시헌장’을 공표함으로써 일제 강점기에서도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임을 만 천하에 알렸다. 대한민국은 그 출발부터 국민들의 독립국가에 대한 열망과 희생 위에 세워졌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국민적 요구를 직접 반영한 진정한 국민주권의 기반에서 출발하였다.

1948년 7월 17일 제헌의회는 이와 같은 정신을 계승해서 독립국가 헌법으로서의 대한민국헌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1987년에는 국민들이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면서 개헌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우리 헌법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에서는 국민적 저항의 산물로, 해방과 더불어 국민적 의지가 담긴 독립국가의 기초로, 그리고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국민의 희생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87년 헌법은 지난 30년 동안 국가를 발전시키고 민주적 정치체제를 성숙시키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87년 체제는 선거과정의 민주주의와 정치적 다원주의, 정부의 역할, 시민의 정치 참여, 정치 문화의 성숙 그리고 시민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기반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87년 헌법은 득표율과 상관없이 최다 득표자만이 당선되도록 하는 선거체제로 인해 유권자들에게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거대 정당들이 벌려놓은 판 안에서만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그래서 선거 때 만 되면 유권자들의 입에서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겠다고 공약과 정책을 내놓고 권력을 위해서면 무엇이든지 동원시키는 ‘거간 정당(brokerage party)’의 모습에 국민들은 더 이상의 인내를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또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극열하게 나타난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국민주권과 인권이 유린되고, 공권력의 사유화로 인한 부패가 국가 체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제 국민들은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고 판결했다. 지난 촛불집회는 국민들이 87년 체제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리고, 더 강한 민주주의를 향한 대장정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헌절 경축식에서 개헌은 국민적 요구이고 87년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정치권의 의무임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개정된 헌법으로 더 나의 나라로 나가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비췄다. “이게 나라냐!” “내가 나를 대표한다!”는 촛불 민심의 외침을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는 국면에 와있다. 87년 체제에 대한 개혁은 국민의 명령이 되었다.

형식적 민주주의만으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 일방적 다수주의, ‘모두 아니면 아무것도(all or nothing)’의 현행 대의민주주의는 기득권 집단의 독점과 소수의 전횡으로 귀결될 개연성을 항시 가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몰려 있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의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는 개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선거 제도의 개혁을 통해 다양한 정치 세력이 협치 할 수 있는 정치체제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공화제가 충분히 작동하는 국가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화주의는 연대와 공존의 시민성에 기반하며, 다원적이고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공화주의는 ‘권력 분립의 원칙’ ‘견제와 균형’ ‘공정한 법집행’ ‘자유와 평등의 가치’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본 원리로 작동한다. 오늘날 국민들은 더 강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에 대해 정치권이 답을 해야 할 때다. 국민주권에 충실한 헌법, 그리고 공화주의의 정신에 충실한 헌법을 위한 개헌에 정치권이 나서야 할 때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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