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민주적이고, 더 투명하고, 더 공정한 운영이 요구되는 권력기관

24일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에 언론들이 화들짝 놀라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언론들은 권력의 노골적인 탄압에 고통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녹취록 공개로 인해 악몽의 시간을 새삼 떠올리고 있다. 부서장회의 녹취록에는 말 안 듣는 언론에 대한 채찍, 사전 검렬, 여론조작 등과 관련한 지시내용이 그대로 직시되어 있다.

원 전 원장은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등과 관련하여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하였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고 잘못 나면 그것을 어떻게 죽이려고 해야지 어떻게 기사가 났는데 다음 보도를 차단시키겠다. 이게 무슨 소리야.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가게 하든지 안 그러면 기사 잘못 쓴 보도 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지 이게 뭐냐” 고 하면서, “잘못할 때마다 쥐어 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지 그냥 가서 매달리고 어쩌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정원 전경

녹취록에는 원 전 원장이 언론을 감독하고 감시하는 것이 국정원의 주요 역할 중의 하나로 생각하였음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이 조직적이고 강압적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정권의 감시견이 아니라 정권의 경비견 역할을 강요했던 것이 이명박 정부다. 그 중심에 국정원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수괴역할을 했던 사람이 바로 원 전 원장임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원 전 원장은 자신이 했던 일들이 국가를 위해서 였다고 강변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의 재판과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을 맡았을 때, 어떠한 국가적 불행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범죄는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 헌법 행위”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적 사회질서를 지키도록 본연의 역할이 주어진 국가 기관은 법원, 검찰, 경찰, 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권력기관들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더 민주적이고, 더 투명하며, 더 공정하게 운영되고, 권한이 행사돼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는 지금까지 이들 기관은 시민들의 민주적 요구 밖에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반사회적, 반국가적 불법행위에 대한 통제와 처벌을 위한 권력 행사를 위해서는 민주적 질서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묵시적으로 인정되어 오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패 청산을 내 걸고 국정원, 검찰 등 권력 기관 개혁의 칼을 들었다. 그러나 이 개혁이 과거 정권에 복무했던 인물 청산이나 과거 정권이 추진해온 사업 및 조직 개편 차원에 머문다면, 또 다른 원세훈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새 정권의 권력 강화를 위한 개혁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적 시스템을 갖추고, 사회의 민주적 체계를 지키기 위한 역할을 충실히 감당 할 수 있는 개혁을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 촛불 시민이 원하는 진정한 국가 개혁은 민주적 질서가 사회 곳곳에 잘 자리 잡고,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사회로의 진화일 것이다. 그 출발이 바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재편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태순
파리1대학 정치학 박사
성균관대학 초빙교수
미디어로드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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