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걸린 가축처럼 처리하는 반인륜적 행위 보완되어야

사진제공:뉴시스

금번 메르스 사태는 분명 국가의 질병관리 소홀로 발생한 것으로 전적으로 국가의 잘못이며 그 모든 책임은 국가가 져야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국가는 메르스로 사망한 이들의 주검마저도 욕되게 하고 있으며 그 가족들은 죄인이 되어 오랫동안 심리적 고통을 받고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메르스로 죽은 이들과 그들을 마지막 보내는 가족들의 기막힌 사연을 접한 후 국가의 메르스 사망자 시신처리 지침을 살펴보니 그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은 반인륜적 반인권적 조선시대 역병사망자 처리지침 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메르스 대응조치’ 중 ‘시체처리지침’을 살펴보면 메르스 격리병실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시체는 즉시 비닐로 감싸진다. 외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비닐로 감싼 시체는 누출방지 시체백에 이중으로 담겨 봉인된다. 염이나 방부처리는 할 수 없다. 시신을 담은 시체백에는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된 정맥관, 기관지 내관만이 담긴다. 시신은 병원 영안실로 이송하게 돼 있다. 감염 위험 때문에 장례식도 치를 수 없다. 망자의 시체는 장사법 6조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화장된다.

하지만 실정은 그보다 더해 장례식장 안치실에 있는 다른 시신들이 감염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시신은 대부분 병실에서 보관한다. 메르스 사망자들은 대부분 장례절차 없이 바로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해준 화장터에서 화장하고 있다. 화장터에는 고인의 남편, 아들 등 최소 인원만 동행하고 보건소에서 제공한 개인보호 장비(마스크, 장갑, 고글, 보호복)를 착용하고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죽은 이들은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도 편치 못하다. 모 화장장에서는 일반 화장을 하고 있어 메르스 환자를 화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화장을 거절 했다. 결국 시신은 일반화장 일정이 모두 종료된 오후 5시 이후 화장할 수 있었다. 시신은 운구차에 실려 7시간 넘게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화장장 직원들마저 메르스 사망환자의 관을 만지는 것을 꺼려했다. 메르스에 감염돼 죽은 것도 억울할 텐데 마지막 가는 길조차 구박을 받는 것이다.

가족이 망자와 함께 메르스에 감염됐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환자가 사망해도 가족들이 병원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장례에 참가하지 못하고 보건소에서 시신을 처리한 후 가족에게 유골을 전달한 일도 있었다.

사망자 가족 중에는 메르스에 감염으로 의심돼 격리된 이들이 많아 임종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가족들의 마지막 편지를 전해 받은 간호사가 대신 임종 전 환자에게 읽어줬다는 눈물겨운 사연도 들려온다.

일반적으로 가족이 죽으면 이에 대해 수용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애도 기간이 필요하지만 메르스 환자의 유가족들은 전염병에 대한 국가적 불안 등으로 건너뛰는 상황이다. 세월호 사고 때와 달리 사회적 위로나 보상이 전무하고 사태가 장기화되는 점은 유가족의 심리상태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다. 감염 여부를 모른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한 환자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면서 유가족들은 이에 대한 무력감과 허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선 메르스 사망자들을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에 걸린 가축처럼 대하면서 24시간 내에 화장 처리하는 반인륜적 지침을 즉각 수정·보완해야 한다. 국가의 관리 잘못으로 죽은 분들을 위해 그 가족만이라도 안심하고 장례를 치를 곳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마련해 줌으로써 망자와 그 가족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갖춰야 한다.

또한 앞으로 언제든 있을 지도 모르는 각종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발생할 환자에 대비해 시설이 완벽한 격리병동 확충은 물론 희생자들이 안심하게 장례를 치룰 수 있는 곳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가 할 일이며 그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김상환(전 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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