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복지의 실현 vs 자기결정권 침해’ 찬반 논쟁 뜨거워

로스쿨 변호사 매년 1500명 배출, 도입 적기 주장에 ‘대법원-대한변협 유착에 의해 추진되는 제도 아닌가’ 주장도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펼쳐왔던 대한법무사협회(협회장 노용성)가 9월 18일(월)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나경원 의원 및 이 제도의 도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와 공동으로 찬반 토론회를 개최했다. 양 단체가 하나의 쟁점을 두고 찬반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사 상고심에서 변호사의 선임을 강제하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변호사 강제주의’) 및 민사 국선대리인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에 의해 2017년 6월 15일 발의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졌다.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윤상현 의원이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2015년 11월 12일 발의하며 도입을 주장하다가 ‘국민의 재판청구권, 사법접근권을 제약하는 등 위헌성이 다분하며 로스쿨 등으로 인한 변호사업계의 인력 적체를 해소하려는 방안일 뿐’이라는 학계 및 시민단체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대한법무사협회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와 민사 국선대리인 도입 및 논쟁에 관한 토론회 개최>

법원업무 경감과 당사자 권리 보호 vs 경제력·지역에 따라 국민 차별하는 정책

먼저 제1주제 발표자로 나선 대한변호사협회 홍세욱 제1기획이사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에 대해 “과거에는 변호사 인력이 부족하고 소송구조제도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되었으나 현재는 로스쿨제도의 도입으로 매년 15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되고, 소송구조제도도 확충됐다”며 “이에 따라 제도 도입의 적절한 시기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홍 이사는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불필요한 소송을 막아주어 법원 업무의 경감을 통한 사법제도의 효율적 운영에 기여할 수 있으며, 법률지식이 부족한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참여함으로써 재판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2주제 발표자로 나선 대한법무사협회 최현진 법제연구위원은 “국민으로 하여금 무조건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며 “스스로 소송을 수행할 능력이 있고 또 스스로 소송을 수행하길 원하는 국민에게 무조건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또 최 위원은 “변호사 강제주의는 경제력과 지역에 따라 국민을 차별하는 정책이다”며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이 없는 당사자들을 위해 국선대리인제도의 도입을 함께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국선대리인이 선임될 만큼 가난하지 않으므로 국민으로 하여금 무조건 변호사를 강제하는 것은 돈 있는 자의 자유만을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 위원은 “개업 중인 변호사의 약 76.5%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면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은 변호사 선임이 어려워 소송을 통한 권리구제를 포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위원은 “복잡하고 세분화·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변호사만이 법률문제의 해결능력을 가진 전문가라고 볼 수 없다”며 “우리나라는 100여년 동안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온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등 전문자격사제도가 확립되어 있으므로, 민사소송에서 국민들이 필요에 따라 전문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구제와 사법접근권의 확대를 위해 더 필요한 정책이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민사소송 제기 주저하게 만들어 시민권리실현에 장애

토론자들도 찬반양론의 입장 차이를 보였다. 정영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사 상고심에서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대법원 재판운용의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한 조치라는 공익적 요소가 매우 높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 천정환 사업이사도 “로스쿨의 정착과 법조인의 증가, 법조일원화 등 과거와는 달라진 법조환경과 대법원이 법률심이라는 원칙에 비추어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는 국민의 사법서비스와 관련한 기본권 보장에 좀 더 충실하고 효과적인 제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동호 국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국선대리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대부분의 중산층에게 변호사 선임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면 오히려 민사소송의 제기를 주저하게 만들어 시민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김삼수 정치사법팀장도 “변호사 강제주의가 국민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유착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리기 어렵다”며 “이 제도로 피해를 입을 사람은 전관예우 등으로 가격이 상승한 대법관 출신과 같은 대법원사건 담당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국민이나 사회적·경제적 약자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권순건 판사는 “변호사 수나 보수 인하 등 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제반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황으로 보이지만, 국민 설득을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며 “상고심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대상사건 등 반론이 거의 없는 영역에서부터 도입을 시작해 서서히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변리사회 소속의 플로어 토론 참가자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대법원의 재판 효율성을 위해 도입되어야 한다면 대법관 수의 확대나 1심의 강화 등 사법부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법무사에게 소액소송대리권을 부여한다든지 등의 다른 대안도 많은데 왜 변호사 강제주의만 대안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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