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탈원전 정책 추진에 쐐기를 박았다. 국내 원전을 20년에 걸쳐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등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에너지 정책의 큰 틀은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 김수민 의원실 제공

정부의 탈원전 의지가 확고해지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함께 중수로 폐연료봉 임시 저장의 안전성 문제가 언급되면서 다음 공론화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에 대한 정부 후속조치계획'을 발표했다. ▲신규원전 백지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국내 원전 24기에서 14기로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비중을 7%에서 2030년 20%로 확대 ▲해외 원전해체시장 선점 등이 골자다.

이날 정부 발표에서 눈여겨 볼 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을 언급한 부분이다. 백 장관은 "월성1호기에 대한 문제는 지금 월성 1·2호기의 안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 처리라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수용성, 안전성 문제들을 다시 심도 있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폐기물은 폐수지와 원전부품, 피복 등을 포함한 중‧저준위방폐물과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방폐물로 분리된다. 현재 중‧저준위는 처분시설이 확정돼 경주로 옮겨져 최종 처리되고 있지만 고준위인 폐연료봉은 각 발전소 내에서 저장 중이다. 막대한 양의 폐연료봉이 쌓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원전운영의 핵심 문제인데도 ‘일단 짓고 보자’는 원전업계의 사업방식으로 인해 그동안 시민사회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 지적해왔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원전 수조의 포화시기와 조밀저장의 도입’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 수조가 이르면 2019년, 늦어도 2038년이면 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후핵연료는 사용 전 연료봉과는 달리 막대한 방사능과 붕괴열을 가지고 있다. 원자로에서 꺼낸 후에는 발전소 내 마련된 수조에 보관한다.

천연 우라늄을 핵연료로 쓰는 중수로의 경우 방사성 붕괴 정도가 경수로보다 낮기 때문에 최소 6년, 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하는 경수로는 최소 10년 이상 냉각시켜야 한다. 완전한 처리까지는 최소 10만년 이상 생태계와 격리시켜야 한다.

경수로의 경우 ▲고리 2028년 ▲한빛 2024년 ▲한울 2026년 ▲신월성 2038년에 수조가 포화될 예정이다. 부지 내에 임시 건식 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중수로 월성은 이르면 2019년이면 꽉 찰 예정이다.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돼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지 못하게 되면 원자로 내 핵연료 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원전을 멈춰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은 ▲2028년 관리시설부지 확보 ▲2035년 중간저장시설 및 인허가지하연구시설 운영 ▲2053년 처분시설 운영이 골자다. 최종 처분하는 방향으로 발표가 되긴 했지만 처분장소와 어떤 방식으로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의 막대한 처리비용도 문제다. 현재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제 15조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관리 사업비는 2년마다 산정하도록 돼있고 비용 부담은 한수원이 해야 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와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비용에 총 9조6465억원이 발생했고, 향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운영에는 64조1301억이 소요된다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한수원은 현 시점에서는 핵폐기물 관리비용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년 전 사용후핵연료 처리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진바 있지만 구성원 형평성 문제 등 논란이 일었고, 현재는 활동이 종료된 상태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후대에 막대한 핵폐기물을 넘겨줄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고리와 비슷한 형태로 공론화가 이뤄질지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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