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에 책임지는 성실 자세가 속죄의 첫 걸음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구속 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이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구속영장 추가 발부에 반발해 지난 달 16일 모두 사퇴하면서 재판은 한 달째 파행 중이다. 선임된 국선변호인이 두 차례 접견을 신청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을 닫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병 치료를 위해 세 번째 외출을 했다. 지난 16일 허리통증 치료를 이유로 서울구치소를 나와 서울 강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앞서 7월 28일에는 왼쪽 발가락을 다쳤다며 병원을 찾아 MRI 촬영 등 정밀 검사를 받았다. 8월 30일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해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찾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어깨와 허리통증, 속 쓰림 증상 등을 호소했지만 진단 결과 나이에 따른 퇴행성 증상으로 건강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아침에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수감생활을 해야 하는 심리적 충격도 마음의 병을 덧나게 했을 것이다.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를 탄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도 착잡할 것이다. 그렇다고 행여 동점심이라도 유발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아니다. 그러기에는 국민들의 무너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에서 대통령다움은 찾아 볼 길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떳떳하게 재판을 받아야 한다. 초유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명예는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자 수치이다.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려면 당당히 재판에 임해야 한다.

혹여 정치적 유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건다면 착각이다. 재판을 보이콧하고 입을 닫고 있는 지금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측근들은 하나 같이 박 전 대통령을 몸통으로 가리키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이 진행될수록 불리한 판결이 쌓여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5일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기밀문건을 최순실 씨에게 넘겨주게 된 과정에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문제를 잘 챙겨보라고 말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검찰은 두 재판 판결문을 박 전 대통령 재판부에 제출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엔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국정원 돈의 ‘전달자’로 구속된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종착점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전직 국정원장들 역시 청와대 요구로 돈을 건넸다는 요지의 진술했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셈이다.

모든 의혹의 실마리는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입에 달렸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 재판 전 검토해야 할 수사와 재판기록만 12만 쪽에 달한다. 변호인 접견조차 거부하면서 재판 기일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의혹들이 나오면서 향후 추가 기소 가능성도 높다.

파면됐지만 한 때 대통령이었다. 일말의 책임감과 양심이 있다면 당당히 그리고 솔직하게 재판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고 다소나마 배신감을 달래는 길이다. 그가 입을 닫고 무언의 시위를 하면 할수록 의혹은 커지고 죄과는 쌓여간다.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안보실장을 역임한 김관진 전 장관이 영장심사때 한 마지막 말이다. 

김 전 장관은 "이 건(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공작)이 죄가 된다면 장관이었던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 부하들의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사실을 알았던 몰랐던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었다.

김관진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합참의장,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장관, 박근혜 정권에서 국가안보실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10년 이상 대한민국 안보의 간판이었다. 

김관진 전 장관은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 '보복 타격의 첫째 벌초 대상'이었다. 그런 그가 정권 교체와 함께 구속되는 처지가 됐지만 끝까지 위엄을 잃지 않았고 당당했다. 입을 닫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욱 작아 보이는 이유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