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중. 

지금껏 대한민국은 평등하지 못했고 공정하지 못했고 정의롭지 못했다. 불평등과 불공정과 부정의가 치유불능의 고질병처럼, 악성종양의 암처럼 모든 분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었다.

정치는 관행이라는 전가의 보도로 썩어 갔고, 경제는 그들만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했고, 사회는 혼란으로 얼룩졌다. 문화는 블랙리스트라는 검열의 대상이었고 스포츠는 비선실세를 위한 홍위병이 됐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더욱 기함할 판이다. 이러고도 나라냐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내 것 네 것 없이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저 주머니에서 이 주머니로 그야말로 국민의 혈세인 세금이 쌈짓돈이 됐다. 

적폐다. 국어사전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적폐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경제정의사전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조직, 사회, 국가 전반의 전방위적 개조와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적폐란 보수와 진보를 넘어 쌓이고 쌓여 온 잘못된 관행, 부패, 비리다. 이를 뿌리 뽑자는 것이 적폐청산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촛불의 요구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난치병처럼 뿌리 내려 온 잘못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다. 당연하다.

지금 검찰은 그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놓고 야당과 보수언론에선 썩고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적폐수술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전 정권, 전전 정권, 전전전 정권, 전전전전 정권을 들먹이며 겁박을 가하기도 한다.

얼토당토 않다. 적폐청산은 어느 특정 정권을 겨냥하지 않는다. 오늘 대한민국의 곪고 문드러진 원인을 찾아 치유하자는 것이다. 나라를 갉아먹고 기생충처럼 기생해 온 암의 뿌리를 찾아 제대로 고치자는 것이다.

여기엔 여도 야도 없고 진보도 보수도 정권도 없다. 이를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자는 것이다. 그 저변에는 독점해 온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안달이 자리하고 있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모는 것은  ‘지금, 이대로, 쭉~’ 가고자 하는 기득권 세력의 희망사항이다.  

한마디로 눈감고 넘어가자는 얘기다. 적당히 너도 한 때 잘못이 있고 나도 잘못이 있으니 적당히 덮고 가자는 것이다. 촛불의 염원을 보면서도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의를 포기하자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큰 도적을 제거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모두 죽게 된다고 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은 수많은 경제위기를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모든 경제위기의 공통 원인은 부와 권력을 가진 특권층이 서로 결탁하여 과욕을 부리고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수호하기보다 마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것”이라고. 

이걸 바로잡아 국가 기강을 세우고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것이 바로 적폐청산이다. 그러니 적당히 눈감고 넘어갈 수도, 그래서도 안 된다. 시작한 일을 끝내지 않고 흐지부지 하는 중도반단(中途半斷)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적폐청산이란 늦춰서도 멈춰서도 안 되는 절체절명의 막다른 길이다. 

적폐청산의 기준이자 종착점은 잘못된 관행과 부패, 비리를 철저히 가려 뿌리 뽑고 바로잡아 새롭게 출발선상에 서는 것이다. 여기에 국격, 예우, 통합을 빌미로 구차한 변명이나 이유를 늘어놓는 것은 뭔가 구린데가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하자. 잘못된 모든 것은 온전한 진실을 마주한 뒤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나라가 선다. 그것이 진정한 적폐청산의 평등이고 정의이고 공정이다. 증거물은 차고도 넘치지만 부인하거나 모르쇠다. 아직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암덩이들이 엮어 나오는 판에 판을 접자고?  

국민들은 진실을 원한다. 촛불은 어둠을 밝히고자 있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오만은 아직 우리 주변을 망령처럼 맴돌고도 있다. 그래서 적폐청산은 더 더욱 늦춰서는 안 된다. 그리고 멈춰서도 안 된다. 이쯤에서 멈추자는 건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거나 바보로 보기 때문이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과거의 적폐를 적당히 덮으면 내일은 더 큰 적폐가 온다. 결코 적폐청산을 멈추거나 타협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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