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녀자가 글을 깨치면 팔자 사나워진다하여 국민학교 문턱도 넘지 않았다"

강원도 횡성군의 자그마한 문해교실에 다니는 김 모씨(76)의 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픈 사연이다. '문해'란 쉽게 말해 '글을 읽고 이해한다'라는 뜻이다.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의 날'(9월 5일)은 사실 문맹 퇴치와 성인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념일로 지정한 '세계 문화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고 문맹퇴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제정, 시행 중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문해율이 OECD국가에서 하위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산간 오지 강원도에 문해율은 전국 최저라는 사실도...  강원도 횡성에 지역어르신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찾았다. 도서관서 책을 보는 어르신들의 즐거움, 힐링이 따로 없었다.

-남편의 죽음을 신고조차 못하는 한을 풀었다.
 
평소 성경책을 읽으며 조금 글을 깨치기는 했으나 정작 쓸 줄을 몰랐던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 사망신고를 하러 간 자리에서 서류 작성을 제대로 못하여 직원에게 핀잔을 들었다.
젊은 사람한테 야단을 맞아 상처가 컸던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겨울을 이용해 경로당에서 한글교실을 연다는 소식에  글을 배울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은 글을 못 써 멸시를 받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숙제도 꼬박꼬박 한 할머니는 한글을 가르쳐 준 선생님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며 늘그막에 출세했다며 행복해하셨다    

한글을 배우며 진심을 담아 손수 쓴 감사편지

-세상 사람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아, 인생 살 맛 나!!

우리 사회에서 글을 모른다는 것은 굉장한 수치로 여기고 있다. ‘까막눈’이라 불릴 정도로 비문해자로서 산다는 것은 늘 눈치 보고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일이 일상이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수치로 여기는 정도는 도시가 농촌보다 더 심하다. 시골 어르신들 대다수가 한글을 깨치지 못했기에 덜 부끄러워 하지만 도시의 비문해자들은 자식들에게까지 숨길 정도로 수치로 여기고 살아왔다.
문해교육이 단순한 교육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서는 안 된다.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이 세상을 향해 어깨를 펴게 만드는, 삶을 바꿔놓을 정도라면 문해교육은 ‘의무’이자 ‘권리’이다.

한글 공부에 열중이신 어르신들

한글을 깨우치지 못함이 평생의 한이자 부끄러움인 어르신들은 배우고 돌아서면 하얗게 지워져버려 곤혹스러워 하지만, 학구열만큼은 입시생 그 이상으로 나이를 넘어 배움에 대한 의지가 대단함에 가르치는 교사들조차 즐거운 마음으로 교재를 준비하고 힘이 나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노년에 찾아온 기회가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듯 인생 살 맛 나!”  

한글공부 뿐만 아니라 오락도 하고 액자도 만들어 인증 샷, 인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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