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에 '부품 물량 밀어내기' 행위를 하다 적발된 현대모비스의 자진 시정 신청을 기각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제출한 시정안을 보강해 최종안을 제출했지만 규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재차 퇴짜를 맞은 것이다. 공정위는 혐의에 대한 재심의를 거친 후 제재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현대자동차그룹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비스가 순환출자구조에서 핵심 위치라는 점과 국감에서도 제기된 '만도-모비스 통행세 편취' 의혹에 대해서도 김상조 위원장이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대기업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검찰 고발을 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모비스 법인과 경영진에 대한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동의의결은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소비자 피해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 등 시정 방안을 제시해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지난 26일 현대모비스가 제출한 동의의결 시정 방안이 대리점 피해구제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년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한 후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구입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난 5월 동의의결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시정안이 미흡하다며 지난달 27일까지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공정위는 이날 현대모비스가 가져온 2차 시정 방안도 미흡하다고 판단해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1차 시정 방안으로 ▲동의 의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대리점 피해 보상 ▲상생 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대리점 지원 방안 연간 30억원 규모로 확대 ▲협의 매출을 전산 시스템의 반품 사유에 추가 ▲협의 매출을 강제한 직원 징계 규정 제정 등을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청인의 시정 방안이 대리점 피해구제, 구입강제 행위 근절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동의 의결 절차가 기각됐다"면서 "향후 열릴 전원회의에서 법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동의의결 기각으로 공정위와 현대모비스는 향후 본안 심의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모비스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검찰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공정위는 남양유업 등도 물량 밀어내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모비스가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라는 점, 공정위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해소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 일각에서 불거진 통행세 편취 의혹 등과 맞물려 그룹 또한 이번 공정위 조사로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9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현대글로비스의 허위세금계산서 발행과 '만도-현대모비스'의 통행세 편취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 내 편법적인 일감 몰아주기가 만연해 있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당시 김 위원장도 관련 사안을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동의의결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에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며,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라면서 "이같은 면에서 현대모비스의 영업 성과 달성은 그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개시 여부와 상관없이 자체 시정방안을 진행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어야 한다"라며 "그런데도 구입 강제에 대해 위법성과 강제성을 부인하는 내용만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만도-모비스 통행세 편취 의혹 관련 최근 시민단체도 현대차그룹의 입장과 개선 의지를 묻는 내용의 질의서를 발송한 바 있다. 

지난 1일 참여연대는 "만도헬라는 만도와 독일의 헬라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이며 만도헬라에서 생산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제품은 만도와 현대모비스를 거쳐 현대차와 기아차에 납품되고 있다"면서 "만도와 모비스는 해당 제품에 대한 재가공 등의 실질적인 역할 없이 납품구조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편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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