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굴기 경계해야
솔로몬 해법 찾는 정상회담 기대

“신시대의 설계사인 시진핑 주석께서 주창하신 ‘두 개의 100년’과 ‘중국의 꿈’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하고 확신한다.”

"이번 대회가 전 세계 정당 지도자들로 하여금 '지켜야 할 초심'과 '기억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훌륭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중국 공산당이 주최한 '세계 정당 고위층과의 대화' 기조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추 대표는 시 주석이 말한 ‘두 개의 백년’과 ‘중국몽(中國夢)’, 그리고 ‘불망초심 뇌기사명(不忘初心 牢記使命)’을 언급했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보면 반색할 만하다. 반대로 우리 입장에서는 신사대주의 논란을 부를만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을 깊이 기억한다'는 뜻의 ‘불망초심 뇌기사명’은 시진핑 집권2기 출범 직후인 지난 10월 31일 시 주석 등 최고지도부 7명이 중국 공산당 1차 대회가 열렸던 상하이 등을 방문해 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사명을 기억하며, 영원히 노력해야 중국공산당을 영원히 젊게 할 수 있다'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시진핑의 집권2기 목표는 ‘강군몽(强軍夢)’이다. 시진핑은 “싸울 수 있는 군대,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드는 것은 당과 인민이 군에 부여한 신시대 사명으로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강군몽을 강조했다.

‘두 개의 100년 목표’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받침대가 강군몽이다. 두 개의 100년 목표란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의 풍요로운 생활) 사회를 건설하고, 공산정권 수립 100주년인 2049년에는 중국을 부강하고 민주적인 국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몽의 궁극적 목표는 2049년 미국을 제치고 유일 초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2049년 중국은 미국을 군사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미국을 능가하여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달리 ‘백년 마라톤’이라고도 한다. 1842년 아편전쟁으로 나락에 떨어진 후 100년간 당한 굴욕을 정권수립 100주년에 깨끗이 갚겠다는 설욕 계획이다.

사드로 얼룩진 한·중관계가 해빙무드를 타는 듯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한중간 사드 관련 협의 과정에서 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한미일 군사동맹 불가라는 ‘3불’로 우리 정부는 ‘사드는 봉인됐다’고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뒤끝작렬이다. 

한한령의 족쇄를 풀겠다고 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유래 없는 제재조치로 롯데는 수조 원을 날렸다. 그나마 국내 관광을 허용했지만 롯데마트와 면세점에 대한 불매 운동은 여전하다. 속 좁은 대국이라 비웃지만 이건 중국의 속내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다.

사드를 놓고 내정간섭 수준의 몽니를 부리는 중국의 속사정은 따로 있다. 시진핑이 언급했듯이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와 무시로 위협하는 것이다. 반미정서를 부채질해야 한다. 극복 대상인 미국과 가까운 한국이 껄끄럽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무슨 도발을 해도 김정은의 살길만은 계속 열어 놓는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거친 외교는 거침이 없다.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 “한국이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19세기 말 조선 총독 행세를 하던 청나라의 20대 위안스카이에게 당했던 모욕의 반복이다. 위안스카이는 탈청 자주노선을 펼쳤던 고종을 혼군으로 매도했다. 그리고 폐위시켜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했다. 지금의 사드보복은 그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속삭인 것도 국제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정부는 동북공정 프로그램이 2007년에 마무리됐다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탐욕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중국은 얼마 전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에 이어 백제까지 자신들의 고대사에 포함시켰다. 중국의 백제 역사 편입은 고구려의 경우와 의미가 다르다. 중국이 현‘속지주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한반도에서 건국된 고대 왕조까지 자국사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의 또 다른 이름인 고서공정이다.

추미애 대표가 중국에사 시 주석에 대한 숭배적인 표현인 ‘신시대의 총설계사’를 거론하며 시진핑을 추켜세운 건 심각하다. 중국몽을 부르짖으며 사드보복과 한한령으로 한국기업과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이웃 나라 주권은 우습게 아는 중국몽에 전 세계가 경계심을 갖는데 우리 집권당 대표는 중국몽을 응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시진핑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짐작컨대 시진핑은 문재인 대통령을 환대할 것이다. 그 속내를 제발 제대로 읽길 바란다. 지금 21세기의 동북아는 19세기의 혼돈 양상이다. 자칫하면 모두를 잃을 수도 있다. 길은 하나다. ‘당당한 외교’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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