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소송에서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은 부당하다
국가기관의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소송에서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은 부당하다
  • 편집국
  • 승인 2017.12.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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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박정희, 전두환 정권 등 반민주적이고 권위주의 정부가 통치하던 때에 중앙정보부, 검찰, 경찰, 보안사령부 등에 불법으로 끌려가 고문을 통하여 조작된 증거에 의하여 억울하게 처벌된 사람들이 많았다. 즉 진도가족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들, 조총련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들,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 아람회 반국가단체 구성 조작 사건 피해자들, 춘천 강간살인조작 사건 피해자 등이 그 예다.

이러한 국가의 반인권적 범죄(이하 “반인권적 범죄”라고 함)는 인간존엄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한 행위로 민주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범죄이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이러한 헌법에 규정된 의무에 따라 인권침해 피해자를 구제할 책임을 지며 그러한 국가책임은 원칙적으로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등 민주적 정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하고, 피해자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관들도 과거 사법부의 잘못에 대하여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에서 정부는 자신들의 배상책임에 대하여 반인권적 범죄가 일어난 후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이유로 시효로 책임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경우 국가 배상은 국가로부터 신체의 자유를 포함한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당한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뒤늦게라도 회복시키기 위한 국가 책무의 이행에 관한 문제임을 망각한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스스로 소멸시효 완성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가의 권리남용이고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그나마 민주정부 때의 대법원은 배상청구권의 시효를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되거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을 한 날로부터 3년으로 인정하여 다수의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대법원은 사실상 판례 변경과 다름없음에도 전원합의부가 아닌 소부 판결을 통해 소멸시효를 대폭 단축시켰다. 즉 ‘피해자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6개월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소멸시효 단축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많은 비판이 있다. 즉 법원이 ① 시간의 표준(상당한 기간)을 판결로 새로이 설정한 준입법 작용을 하면서 장래 진실이 규명되어 배상 청구할 사건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 아니라 이미 진실이 규명되어 피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까지 소급적으로 적용하였다. ② 진실규명 결정이나 재심무죄판결이 법리적으로 새로운 청구권발생사유(또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장기)로 인정해야 함에도 아무런 법리적 근거 없이 시효정지사유(단기)로 해석하였다. ③ 국가나 법원의 결정으로 수십 년 동안 권리침해상태를 불법이라고 인정하였음에도 사법부가 다시 단기간의 배척사유를 도입하여 심각한 정치적 윤리적 모순을 보임으로써 사법부 및 국가에 대한 치명적인 불신을 초래하였다. ④ 중대한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에 대하여 일부는 구제하고 일부는 배제함으로써 피해자구제에서 사법부가 스스로 평등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였다. ⑤ 배(보)상을 국회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론을 방패삼아 피해구제를 거부함으로써 인권의 최후보루라는 사법권의 존재이유를 부정하였다. ⑥ 국가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 구제(effective remedies)가 존재하지 않는 한 계속적 권리침해(continuous violation)라는 국제인권법의 법리를 무시하고 무책임과 비구제를 판결로 관철시켰다. 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지금 민주 시민들은 헌법적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다운 나라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어제 권고한대로 정부는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반인권적 범죄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더 이상 소멸시효 주장을 하여서도 안 된다. 향후 대법원은 전원합의부 판결을 통해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민주인권국가임을 선언하는 차원에서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 또한 국회도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소멸시효 주장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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