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 추가 매각 판단은 매각 수를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공정위가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하면서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각해야 한다.
그동안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 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외에 404만주를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순환출자는 대기업 집단 내 계열사들이 순환된 형태의 출자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B→C→A'와 같은 형태의 지분구조가 해당된다. 적은 비용으로도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에 활용됐다.
그러나 문어발식 계열 확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로 생성되는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있다.
삼성도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SDI는 두 회사의 합병 전 제일모직 주식 500주(3.7%)와 구 삼성물산 주식 1154만7819주(7.4%)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 회사가 1대0.35 비율로 합병하자 구 삼성물산 주식은 신주 404만2758주로 전환됐고, 삼성SDI는 통합된 삼성물산 주식 904만2758주(4.7%)를 갖게 됐다.
공정위는 합병으로 3개의 순환 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우선 ▲'생명보험-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생명보험' 고리와 ▲'화재보험-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생명보험-화재보험'으로 이어지는 고리에서 삼성SDI가 보유한 제일모직의 지분이 3.7%에서 4.7%로 늘어났다.
논란이 된 순환출자는 구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구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였다. 합병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주식이 구 삼성물산 7.2%에서 신 삼성물산 4.7%로 바뀌었다.
당시 공정위는 합병으로 인해 순환출자 고리에 새로운 회사가 들어왔지만 순환출자를 새로 '형성'된 것으로 보지 않고 '강화' 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강화'된 3개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한 출자분만 처분하면 강화된 출자가 해소되는 것으로 보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904만주 가운데 500만주만 매각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처분해야 할 주식을 줄이기 위해 청와대와 공정위를 상대로 청탁을 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죄 1심 결과를 보면 공정위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으로 보고 처분해야 할 주식을 900만주로 판단했지만 청와대 압력 등으로 처분 주식이 500만주로 감소했다.
이같은 논란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기존 가이드라인의 해석 기준에 대한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그 결과 변경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에는 논란이 된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가 아닌 형성으로 판단했다. 결국 공정위의 원안대로 되돌아 간 것이다.
신규 순환출자가 생성된 만큼 삼성 SDI가 처분해야 할 주식은 500만주에서 904만주로 늘어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지 않았던 존속법인은 계열출자대상회사로 해석될 수 없다"며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비로소 순환출자 고리 내로 편입되는 것이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