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9일 본회의를 열고 국내 수백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과 시간강사법 등 민생법안과 일부 상임위원장 사·보임건을 포함한 35건의 법안과 개정안 등 45개 안건을 처리했다. 여야는 이로써 2017년 마지막 의사일정을 마쳤다.

여야는 이날 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32개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기한 연장 여부를 놓고 결렬됐던 여야 간 협상이 이날 오전 끝내 타결됐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산회된 후 의원들에게 손 하트를 보내며 인사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산회된 후 의원들에게 손 하트를 보내며 인사하고 있다.

 

우선 민생법안 중 시급현안으로 꼽혔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전부 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도 처리됐다.

전안법에는 의류와 잡화 같은 생활용품도 전기용품과 마찬가지로 국가인증(KC)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과 미인증 상품을 판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당시 정부가 내놓은 규제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용품 관리법과 생활용품 관리법이 통합되된 것이다. 다만 영세소상공인들의 경우 인증을 받는데 드는 비용이 수십에서 수백만원까지 들어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일부 조항에 대한 시행을 유예해왔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위해도가 낮은 제품은 KC인증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준을 준수토록 한다는 내용과 이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법안 시행일을 유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8만 명에 달하는 대학교 대학 시간강사들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은 대학에서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업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주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2011년 12월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고등교육법을 개정했으나 본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강사들의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세 차례나 시행이 유예됐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보완법안,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아 시행을 2018년 1월1일에서 1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아이코스', '글로',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20개비당 438원에서 750원으로 올리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재난적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안 ▲주거급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통과됐다.

앞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기한 연장 여부에 대한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전안법과 시간강사법 등 민생 법안도 연내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20대 국회는 '빈손국회'라는 오명을 안았다.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사회 각계각층의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야는 올해 마지막 평일인 29일 오전 7시30분부터 긴급 협상에 나섰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조찬회동부터 3시간 여에 걸친 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해냈다.민주당이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기한 연장, 운영위원장 사보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등 쟁점에 대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물꼬가 트인 것이다. 대신 민주당은 물관리일원화법 등 정부조직 관련 양보를 받아냈다.

언론에 공개한 합의문에 따르면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합해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수는 25인으로 하며 활동기한을 내년 6월말까지다. 여야는 개헌안 마련 시한을 내년 2월 중으로 못 박을지 여부에 대해선 내년 1월 중 추가 합의를 통해 정리키로 했다.

내년 6월까지 정개특위의 조건 없는 연장을 요구한 한국당과 정개특위와 개헌특위를 통합하자는 국민의당 요구가 관철된 셈이다. 단 내년 2월까지 한시적 연장을 주장해온 민주당도 추가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형태로 명분을 살렸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 내 일부 상임위원장에 대한 사·보임 안건도 처리됐다. 이 결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김학용 의원, 김용태 의원이 각각 신임 운영위원장, 국방위원장, 정무위원장에 선출됐다.
  
김성태 신임 운영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기쁨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회가 원만하게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국회가 헌법개정이라는 국민적 여망과 시대정신을 실현하도록 국회 중심의 국민 개헌을 실현하겠다는 말씀을 꼭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학용 신임 국방위원장은 안보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고 언급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강한 군대, 북한이 무서워하는 군대를 만들기위해 사기진작하는데 국방위원장으로서 동료 국방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김용태 신임 정무위원장은 "정무위가 모범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0대 총선 직후 당시 국회 교섭단체였던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은 상·하반기 국회 기간동안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인해 여야가 바뀐 후 민주당은 여당이 운영위원장직을 맡아온 관례에 따라야한다고 주장했고 한국당은 총선 후 정한대로 내년까지 한국당이 맡아야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017년 마지막 본회의 산회에 앞서 "무술년 새해에는 새롭고 희망찬 민심에 귀 기울이고 국민여망을 받드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한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2018년에는 국회가 앞장서서 새길을 개척해야 한다"며 "제헌 70주년을 맞아 국회는 헌법 개정 등 대한민국 미래 토대를 쌓는 일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정 의장은 "올해는 헌정사상 유래없는 소용돌이가 대한민국을 크게 휘저었다. 역사가 흔들리지 않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간 것은 국민 여러분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에 대한 열망 덕분"이라고 소회했다. 

그는 아울러 "지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안보 위기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준 국민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공정한 사회, 소외된 이웃과 함께 가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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