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일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뜻을 밝히면서 평창올림픽을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힘을 받게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새해는 (북한) 공화국 창건 70돌이며,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남조선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과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견지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대남 유화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검토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올림픽 주관방송사 미국 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 이것은 오로지 북한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29일(현지시각) "(한·미 합동군사훈련) 일정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계획에 달린 것"이라며 처음으로 합동군사훈련의 일정 변경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북남 간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 장비를 끌어들이는 행위를 일체 집어치워야 한다"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한 것도 이같은 한·미간 논의 내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속내와 달리 문 대통령의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연기 가능성 언급에 북한이 반응을 보인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평창 구상'을 반복적으로 대내외에 강조해왔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해 한반도 긴장완화를 낮추고,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다는 게 '평창 구상'의 골자다. 나아가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유지해 북한과의 직접 대화 돌파구를 찾겠다는 게 '평창 구상'의 궁극적 목표다. 

이같은 구상의 실현에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필수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24일 무주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 선수권 축사 이후 꾸준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희망 메시지를 밝혀오고 있다.

이후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힌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이끌고, 이를 계기로 평화올림픽을 만들겠다는 '평창 구상'을 발전시켜 왔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유화적인 메시지에 즉각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청와대가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오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를 밝히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만남을 제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화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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