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학대하고 살해하고, 노부모를 버리는 소식은 겨울 한파보다 더 세상을 춥게 만든다. 하지만 사회가 아직 살만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돌직구뉴스>는 매주 국내외 미담을 꼽아보며 한 주를 되돌아본다.

소인증 아빠와 어린 딸의 완벽한 팀워크

영국 요크셔에 사는 리처드 윌스(Richard Wills)와 그의 딸 체리(Cherry)
영국 요크셔에 사는 리처드 윌스(Richard Wills)와 그의 딸 체리(Cherry)

최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선천적 장애로 키가 자라지 않는 아빠를 꼭 끌어안은 소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 요크셔에 사는 리처드 윌스(Richard Wills)와 그의 딸 체리(Cherry)다.

해당 사연은 지난 2015년 처음 소개됐지만, 자신의 아빠가 어떤 모습이든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준 어린 딸의 사연이 재조명 되며 회자되고 있다.

리처드는 내연골성 골화장애인 변형성소인증(Diastrophic dwarfism)을 앓고 있다. 이 병은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은 물론 척추측만증과 탈골 등의 증상을 보이는 선천성 질병이다.

리처드 역시 극심한 관절염과 척추측만증으로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움직일 수 있다. 체리는 리처드가 신체적으로 가장 고통 받고 있던 때 태어났다.

체리가 자라면서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아이가 부끄러워할까 걱정을 했지만 체리는 거동이 불편한 아빠의 옆에서 신발을 벗겨주고, 설거지를 도와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밖을 나갈 때면 체리도 자전거를 타고 따라 나가 아빠의 든든한 보디가드를 자처한다. 예전에도 지금도 체리는 한결같이 세상에서 아빠를 그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리처드는 "아마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주는 부녀다. 매일 함께 요리와 산책을 하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수해로 맺은 인연, 7년 째 어머니로 모신 전직 파출소장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은 정봉숙(여·81)할머니와  전직 파출소장 하정복(남·63)씨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은 정봉숙(여·81)할머니와 전직 파출소장 하정복(남·63)씨

2011년 7월 27일 경기도 동두천시는 수해로 6명이 숨지고, 주택 1천887채와 도로 72곳이 침수 또는 유실됐고 이재민도 무려 600여 명이 발생했다.

당시 동두천 파출소장이었던 하정복(남·63)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관할 지역 곳곳을 순찰하고, 이재민을 돕던 중 한 70대 여성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기에도 혼자 피해 복구를 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였다.

정봉숙(여·81)씨와의 첫 만남이었다. 한국전쟁 때 피난을 와 홀몸으로 폐지 수집 등을 통해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번 수해로 앞으로의 살길이 더 막막해진 상황이었다. 정씨의 남편은 1990년대 후반 지병으로 사망해 그를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수해를 겪어 더 난감한 처지에 놓인 정 할머니를 도저히 홀로 둘 수 없었던 하씨는 정할머니 집을 매일 방문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돕기 시작했다. 아내와 딸들도 하씨의 '의로운 행동'을 응원하고, 동참했다. 심지어 고령인 할머니를 더 잘 돌보기 위해 하씨는 지난 2014년 경찰관에서 퇴직한 후 아예 집 한 채를 마련해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하씨는 "어머니와 피 한 방울 섞이진 않았지만, 현재 우리 가족 모두 '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내 뜻에 동의해준 아내와 딸들에게 너무나 고맙다"고 전했다.

할머니가 평소 소화 장애를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어 하씨는 할머니를 경희대병원으로 데리고 가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등이 동반된 심각한 배뇨장애 증상이 관찰됐다.

할머니는 몸 상태가 그 지경에 이를 정도로 심하게 아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꾹 참아왔었고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시는 걸 간신히 설득해 지난달 수술을 받았다.

정 할머니를 진료한 최영준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현재 할머니 몸 상태는 양호하고, 불편했던 증상도 해소됐다"며 "정기적인 외래 검진만 잘 받으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씨는 "수해를 입는 어르신을 돕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세월이 이만큼 흘렀다"며 "교회를 다니는 어머님이 '나(하씨)를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기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한 가족과 다름없는 어머니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연을 뒤늦게 알게 된 경희대병원 관계자는 "보호자인 하씨가 친모를 모시 듯 헌신적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정 할머니와의 인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현재 사회사업팀을 중심으로 할머니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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