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를 오가는 최강 한파 속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잘 만든 공연은 위로와 따듯함을 안겨주고, 관객들의 발길을 붙들기 때문이다.

춥다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몸만 덥혀질 뿐이다. 마음에서까지 몽글몽글하게 더운 기운을 피어오르게 하는 겨울 공연을 추천한다. 

뮤지컬 '앤 ANNE'

대학로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극단 걸판의 창작 뮤지컬.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연작소설 '빨간 머리 앤' 가운데 1권 '녹색 지붕의 앤'(Anne of Green Gables)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 '앤 ANNE' / 극단 걸판·CJ문화재단
뮤지컬 '앤 ANNE' / 극단 걸판·CJ문화재단

걸판여고 연극반이 정기공연으로 '빨강 머리 앤'을 결정하면서 생기는 소동을 명랑하고 유쾌하게 그린다. 공연 연습의 과정에서 원작의 줄거리가 소개되고 18개의 노래와 연기 그리고 발랄한 안무와 무대장치가 선보인다. '앤'의 성장 시점을 3개로 나눠 배우 3명이 나눠 연기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공연 내내 뭉근하게 퍼지는 따듯한 기운을 내리 쬐고 나면 훌쩍 성장한 기분이 든다. (2월4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2012년 '황태자 루돌프'라는 이름으로 한국 초연했다. 한국에서 마니아층이 있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했다. 이번 시즌은 '더 라스트 키스'로 이름을 바꿔 3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프레더릭 모턴의 소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를 바탕으로 삼은 작품이다. 합스부르크의 황태자 루돌프와 그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마리 베체라가 마이얼링의 별장에서 동반 자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젊은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결말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카이, 전동석 등 뮤지컬스타와, 빅스의 레오(정택운), 엑소의 수호 등 아이돌 스타들의 매력도 훈훈하다. (3월11일까지 LG아트센터)

뮤지컬 '아이 러브 유'

6년 만에 돌아온 로맨틱 뮤지컬의 대명사다. 남녀의 첫 만남부터 연애, 결혼, 권태 등 사랑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가슴 떨리는 첫 소개팅과 데이트 그리고 결혼, 결혼 후 육아에 지치고 권태기를 맞은 부부, 인생의 황혼기까지 생애에 걸친 '현실밀착형 이야기'로 공감대를 자아낸다. 각자의 추억과 맞물리는 극 중 내용들은 겨울을 좀 더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땔감이 된다. 특히 40대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사랑을 톺아볼 수 있다. (3월1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프랑스 극작가 이반 칼베라의 작품으로 2012년 프랑스에서 초연했다. 2015년 바리에르 재단 희곡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고집불통 앙리할아버지와 상큼발랄한 대학생 콘스탄스가 서로의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가 돼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처, 두려움, 불안, 그리고 기쁨을 통해 세대 격차를 줄이고 각자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혹독한 겨울을 잠시 잊게 만든다. 세대 공감 키워드는 가족도 아우를 수 있다. 앙리할아버지는 연기하는 이순재와 신구의 내공, 콘스탄스를 연기하는 박소담과 김슬기의 발랄함은 공연장 내 수은주를 높인다.(2월11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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