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밀양 화재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를 찾아 조문했다. 유가족들은 문 대통령을 보자 오열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문 대통령은 전용열차로 이날 오전 밀양역에 도착했다. 현장 방문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박수현 대변인 등이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충북 제천 복합건물 화재 현장 방문 때보다 더 많은 청와대 참모진이 동행하며 한달여 만에 다시 발생한 대형 화재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밀양에 도착하자마자 10분 거리에 있는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합동분향소에서는 밀양 화재 대응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관계자들과 인사한 뒤 헌화하고 묵념했다. 분향소에는 37명의 영정이 놓여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국화를 들고 영정마다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사인이 다 감식됐나. 확인이 모두 이뤄졌습니까"라며 수습 상황을 물었다.
밀양시 관계자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중상자가 9분이 계시다. (사망자가) 한두 분 더 생길 여지가 있어서 영정 자리를 좀 비워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유가족 70~80명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고인과의 가족 관계를 물으며 깊이 위로했다.
아내를 잃었다는 한 유가족은 "대통령께서 '사람 사는 사회' 공약도 하시지 않았느냐. 내년에는 개선을 해달라"면서 "특히 어제 새벽에 화재 현장을 가보니 소방관들이 너무 고생하고 장비가 열악했다. 소방관이 정말로 국민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게끔 우리 밀양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음 좋겠다"고 울먹였다.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당장하겠다"고 답했다.
50대 중년 남성은 문 대통령에게 달려와 옷깃을 붙잡고 "가족이 스스로 탈출할 수 없었다"고 오열했다. 세종병원 의사로 일하던 가족을 잃었다는 여성 유가족은 "안전을 아주 기본부터 제발 꼼꼼히 챙겨주길 바란다. 병원 같은 시설은 실질적으로 안전 점검을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한 여성은 문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흘리다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쓰러진 유가족을 부축하면서 손을 잡고 위로했다.
조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분향소 자원봉사자를 격려한 뒤 정오께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았다.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은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현장을 100m 정도 걸어서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불에 검게 그을린 병원 건물을 말없이 한동안 응시했다. 이후 최만우 밀양소방서장과 박일호 밀양시장에게 상황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브리핑을 청취한 뒤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서 참으로 참담하고 또 마음이 아프다.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만난 소방대원들을 다독이면서 "이번에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안 좋으면 원망을 듣는 게 숙명인데 국민이 응원하니 잘 하시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화재사고는 지난번 제천 화재 사고와는 양상이 다른 것 같다"며 "이번에는 소방대원들이 비교적 빨리 출동하고, 초기 대응에 나서 화재가 2층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병원 1층으로 이동해 화재 감식활동을 하는 요원들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원인규명이 제대로 돼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화재 현장에서 한시간 정도 머무른 뒤 밀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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