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대형참사가 발생, 나라 전체가 커다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의 한 병원에서 188명의 인명피해를 낸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만 해도 37명으로 한 달 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참사 보다도 많다. 역대 대형 화재사고와 비교해도 인명피해가 큰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조종묵 소방청장을 비롯한 소방 간부들이 27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위패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조종묵 소방청장을 비롯한 소방 간부들이 27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위패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단순 사고인지, 아니면 전형적인 인재(人災)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잊을만 하면 터지는 대형 참사가 되풀이될 때마다 드러나는 안전불감증과 무기력한 대응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대형 참사는 오래 전부터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970년 서울 청천동 와우아파트 붕괴사고(사망 33명·부상 40명)는 무면허 건설업자의 부실공사가 원인이었고 1972년 서울시민회관 화재사고(사망 51명, 부상 76명)는 무대 조명장치의 전기과열로 인한 합선이 화재의 시발점이었다.

1977년 이리(익산)역 폭발사고(사망 59명, 부상 130명)는 촛불이 고성능 폭발물을 실은 화약상자에 옮겨붙어 발생했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사망 292명)는 정원을 초과한 승객을 태운 사실이 드러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사망 32명·부상 17명)는 부실공법과 안전관리 소홀이 밝혀졌다. 

1995년 대구 지하철 도시가스 폭발사고(사망 101명·부상 202명)는 공사장 작업 중 발생했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사망 501명·부상 937명)는설계도면 변경 등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1999년 씨랜드 화재사고(사망 23명),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사망 40명·부상 9명)도 불법 구조(용도) 변경 등이 많은 사상자를 낸 원인이었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사망 304명)는 화물 과적, 선박 증축 및 내부 구조변경 등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대두된 가운데 선장·선원의 무책임과 해경의 초동조치 미흡, 정부의 재난대응 능력 부재 등이 맞물린 대형 인재(人災)로 기록됐다.

같은 해 경기 고양터미널 화재사고는 사망자 9명과 부상자 60명을 냈다. 용접 도중 튄 불꽃이 원인으로 꼽힌 이 사고는 공사장 안전관리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촉발한 사고였다. 
 
대부분의 대형 참사는 허술한 제도나 법의 사각지대에서 정부의 무능과 밑바닥 수준의 안전불감증이 맞물리면서 반복되곤 했다.

정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고 늘 재발방지 약속을 반복했지만 '땜질식 처방'에 불과했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불만이 들끓을 때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엄벌하는 것으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는 국면 전환에 급급했다. 

부랴부랴 규제를 신설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런 미봉책은 시간이 지나면 되살아나는 안전불감증을 막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점이 드러나는 재난대응시스템을 '수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훈련이나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여전히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 화재가 일어나는 사이에서 서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공통적으로 중소규모 건축물은 화재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화재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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