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8·2 대책 이후 전국 미분양주택이 넉달째(9~12월)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지방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불리는 악성분양 현장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충남은 지난해 12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012년(연간 12월 기준) 이후 처음으로 1000가구를 넘어서면서 주택시장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에 꾸준히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하면서 지역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31일 국토부가 발표한 '2017년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현황'에 따르면 충남 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1만1283가구로 전월(1만624가구) 대비 6.2%(659가구) 증가했다. 전국에서는 경남(1만2088가구)지역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지만 증감률은 충남이 전국에서 최고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충남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339가구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000가구를 넘는 지역도 충남이 유일하다. 

밀어내기 분양의 흔적은 인허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국토부의 2017년 주택인·허가 실적에 따르면 충남 내 인허가 실적은 2만5301가구로 경남(3만8952가구), 충북(3만463가구), 강원(2만9497가구) 다음으로 많았다. 5대광역시를 포함해도 충남보다 인허가 실적이 많은 지역은 부산(4만7159가구)과 대구(3만1379가구) 뿐이었다. 2016년 충남 인허가실적(3만1800가구) 보다는 줄었지만 미분양가구가 전국 1, 2위를 다투는 만큼 밀어내기 분양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충남지역에는 지난해말부터 이달까지도 신규분양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의 '천안 레이크타운 3차 푸르지오'(334가구)를 시작으로 ▲보령명천 시티프라디움(599가구) ▲당진대덕수청 중흥S클래스 파크힐(482가구) ▲태안 코아루 3차(252가구) 등 4개 단지가 이달까지 분양됐다. 

4개 단지 모두 1순위 청약마감은 커녕 순위 내 마감도 실패하면서 극심한 미분양 사태를 겪고 있다. 특히 태안 코아루 3차의 경우 가구수가 가장 적었지만 1순위 청약자가 23명, 2순위까지 포함해도 37명에 그치는 미분양 참사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이 분양했던 시기와 맞물려 충남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은 11월 1456가구에서 12월 2339가구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지역의 '유령주택'이 늘어날수록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토부가 공개한 '2017년 연간 전국 지가변동률'에 따르면 충남은 2.98% 증가해 전국에서 최저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국 평균(3.88%)는 물론 지방 평균(3.97%)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충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2%대 밖에 오르지 않았다. 충남보다 미분양가구가 많은 경남의 지가변동률은 3.09%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대책 이후 지역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이전부터 미분양 부진을 겪던 지역은 분위기 반전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주택공급은 넘치는데 살 사람은 없으니 거래절벽 현상은 물론 가격저하 등 지역경제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속내도 이해는 간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분양시장 호황으로 밀어내기 분양이 상당히 늘어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새 정부가 잇따라 강경책만 쏟아내니 안그래도 분양이 힘들었던 지역에서는 더욱 사업성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형건설사가 아닌 중소형건설사의 경우 주택사업이 유일한데 지역은 한정돼 있다"며 "인기지역에서는 경쟁이 힘든 만큼 생존경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미분양관리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16차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충남은 ▲서산시 ▲당진시 ▲천안시 ▲예산군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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