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날인 9일 평창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개회식 앞뒤로 일주일 간 총 14명의 정상급 인사와 릴레이 접견·회담을 이어간다. 

지난해 11월 11일 베트남 다낭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국 정상 기념촬영에서 아베 총리가 연단의 문재인 대통령 앞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베트남 다낭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국 정상 기념촬영에서 아베 총리가 연단의 문재인 대통령 앞을 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해외정상급 인사와의 회담을 평화올림픽 홍보를 위한 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엄밀히 말해서 스포츠 제전인 평창올림픽은 외교 목적의 다자회의는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첫 다자회의때인 독일 G20 정상회의에서 8개의 양자회담에 2개 국제기구 수장 회담을 더해 총 10개의 정상급 회담을 소화한 바 있다.

7일간 14명 정상급 인사와 연쇄회담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우선 오는 6일 청와대에서 케르스티 칼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과, 7일 줄리 파예트 캐나다 총독 및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는다. 

8일에는 청와대에서 알랭 바르세 스위스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연쇄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한정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접견하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한 뒤 이어서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9일에는 강릉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회담을 하고, 평창으로 자리를 옮겨 아베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13일에는 청와대에서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15일에는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러한 본격 정상회담 일정에 앞서 문 대통령은 오는 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예정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평화올림픽으로써의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IOC의 전폭적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 입장차 평행선 전망…대북 정책도 논의

릴레이 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일정은 단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이다.

이번이 세 번째 양자회담이자 다자회의 틀 계기가 아닌 첫 회담이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7월7일 독일 함부르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9월7일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각각 한 차례씩 만났다. 

아베 총리는 전세기편으로 양양공항에 내려 곧장 평창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러한 동선을 고려해 한·일 정상회담 장소가 청와대가 아닌 평창으로 잡혔다. 올림픽메인프레스센터(MPC)가 있는 평창 알펜시아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북핵 문제 이슈가 어떻게 조율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처음 만나는 것으로, 당시 정부는 전 정권의 양국 합의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고, 일본 정부는 그와 같은 현 정부 입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한 공식석상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해 문 대통령에게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며 일본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 맺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 입장이 배제돼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대로, 한일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한 협력은 협력대로 이어가자는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회담에서 북핵 의제가 빠질 수 없다. 특히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상황 관리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아울러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향후 북·미 대화 연계를 감안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대북 공조 호흡이 중요한 대목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문 대통령에게 한·미·일 공조 속 대북 압력을 최대한 높이자는 기조에서 조금도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올해 평창올림픽과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양국 협력도 강조할 예정이다. 올림픽이 성공하려면 국제 홍보, 관광객 유치 등에서 이웃 나라의 협조가 필수다. 

아베 총리가 평창올림픽 참석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 입장을 바꾼 데에는 차기 올림픽 개최국 정상으로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동아시아 평화 정착의 모멘텀으로 '2018 평창올림픽-2020 도쿄올림픽-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거론해왔다. 2년마다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를 발판으로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한반도 긴장 관계를 누그러뜨리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외교적 명분과 실익 측면에서 올림픽 의제에서만큼은 끈끈한 연대감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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