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남북대화 분위기를 올림픽 이후 북핵대화로 연결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포스트 평창' 구상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향후 보름 여 시간은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수 있다. 14명의 해외 정상급 인사와의 릴레이 회담을 통해 '포스트 평창'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IOC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IOC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본격 '평창외교' 돌입…펜스·아베와 잇단 회동
'북핵해결' 등 文정부 초기 한반도평화 분수령

첫 번째 무대는 지난 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회식 연설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릉에서 예정된 제132차 IOC 총회 개회식에 올림픽 주최국 정상 자격으로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올림픽으로써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IOC가 보내준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번 IOC 총회 개회 연설은 '포스트 평창' 구상을 밝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혔고,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른바 '평창 구상'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이에 이번 IOC 총회 개회 연설에서는 평창올림픽 개막에 앞서 현재의 남북관계 개선 국면을 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길로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포스트 평창' 구상을 처음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덕에 기적적으로 만들어 낸 대화의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로 이어지게 하고 다양한 대화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어진 평창올림픽 기간이 북핵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으로 최소한 올림픽 기간 동안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여야만 대화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통화를 통해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향후 지속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국면이 북미대화로 이어지고, 다시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대화 테이블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속에 묻어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평창 구상의 열쇠는 펜스 부통령의 손에 쥐어져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펜스 부통령이 대북강경책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방한기간 북미대화 타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제공

펜스 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한국에) 간다"며 대북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펜스 부통령은 7일 방한해 평창올림픽 개회식 전날인 8일 문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다.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게 공식 환영 리셉션에서 북한 대표단과의 만남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주최하는 공식 환영 리셉션의 중요성이 더해진다. 아직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명단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펜스 부통령과의 자연스러운 '아이스 브레이킹'을 연출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통일부는 같은 날 밤 서면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통지문을 보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3명의 단원과 지원인원 1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이 9일부터 11일까지 방문할 계획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영남 위원장이 북미 대화를 타진할 실질적인 전권을 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방남기간 펜스 부통령과의 직접적인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이번 기회에 직접적인 북미대화 타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북미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상황을 풀어나간다는 '플랜 B'를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국발 선제타격론으로 북핵 고조위기가 최절정에 달하던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다자주의 대화를 위한 유엔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때문에 9일 강릉에서 예정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의 오찬회동, 평창에서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긴밀한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공식화한 이후 이뤄진 첫 회담이라는 점에서 과거사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미래관계에 초점을 맞춰 북핵공조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하는 한정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과의 회담을 통해 평창 올림픽 무대가 북핵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지원사격'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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