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는 이명박 회사' 심증에서 물증으로 10년
'다스는 이명박 회사' 심증에서 물증으로 10년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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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스(DAS) 의혹'이 새로운 의혹을 낳거나 더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행보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한바 있다. 

BBK 지주회사는 MB·김경준이 공동설립한 LKe뱅크
다스 회사자금 횡령·결재라인도 MB 핵심 측근들


지방에 본사를 두고 대기업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했던 다스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대두된 건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였다.

당시 서울시장인 이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 후보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어 폭로전이 가열되면서 도곡동 땅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는 1985년 현대건설 등으로부터 도곡동 3필지(2159㎡·약 654평)를 15억6000만원에 사들여 10년 뒤인 1995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에 263억원에 매각했다.

이상은씨와 김재정씨는 사돈지간임에도 1987년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을 공동 설립했다. 현대자동차가 부품 국산화 방침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부품회사 설립을 권유하던 시기였다. 

땅 매입 시점에 현대건설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 포스코로부터 받은 땅값의 일부가 다스로 흘러들어간 점 등을 토대로 부동산 차명보유 의혹이 짙었지만 검찰은 2007년 8월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를 하면서도 제3자가 누구인지는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에 관한 의혹은 2007년 대선 본선 경쟁 때 다시 불거졌다. 이른바 BBK 사건이다. BBK는 재미동포 사업가 김경준씨가 1999년 4월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다. 이 전 대통령은 김씨와 함께 2000년 2월 사이 종합금융회사인 LKe뱅크를 만들었다. LKe뱅크는 BBK의 지주회사격이다.

BBK가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다스는 2000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9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김씨의 펀드운용보고서 위·변조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2001년 3월 BBK 등록까지 취소됐다. 그러자 김씨는 '간판'만 바꾼 옵셔널벤처스를 설립해 주가조작으로 벌어들인 자금 384억원을 횡령, 2001년 12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다스는 당시 50억원만 회수하고 나머지 140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2007년 대선 때 이 전 대통령은 또 한번 다스 의혹의 중심에 섰다. 자금 여력이 없는 다스가 무리하게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논란이 일면서 다스를 실소유한 이 전 대통령의 강압적인 지시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2007년 12월 'BBK는 이명박 소유가 아니고 다스를 이명박의 소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의혹만 더 증폭시켰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하기도 전에 특검 수사를 받는 홍역을 치렀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득이 됐다. 정호영 특검은 당시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이상은·김재정씨이고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없어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그간의 온갖 의혹을 불식시키는 면죄부를 얻은 셈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12년에도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으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그 때도 처벌을 피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막대한 소득이 없는데도 고가의 부지를 매입한 과정이 석연찮았다. 사저 부지 매입금 12억원 중 6억원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삼성동 주택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금으로 드러났지만 나머지 6억원은 이시형씨가 큰아버지(이상은)의 집안에 보관된 현금 6억원을 빌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다스 비자금이 부지 매입금으로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자금추적을 위한 수사기간 연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지만 거부당해 돈의 출처를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는 미완성으로 종결됐다. 

'대학생쥐잡이특공대 명박인더트랩'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및 적폐 청산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대학생쥐잡이특공대 명박인더트랩'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및 적폐 청산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이처럼 네 번의 검찰·특검 수사를 버텨냈던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스 의혹의 불씨가 지난해 말 다시금 살아나기시작했다. 이번엔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비자금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1년 2월 다스가 BBK에 투자한 190억원 중 회수하지 못한 140억원을 김경준씨로부터 돌려받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권력기관을 동원해 개입했다는 의혹은 심증에서 물증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상은 회장 아들은 밀리고, MB 아들 회사 장악
전면에 등장 않지만 모든 거래 관계에 MB 얽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전무가 과거 진술을 번복하고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상당수의 전·현직 다스 임직원들이 다스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 소유의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MB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들은 의혹을 더 짙게 한다.

특히 다스 최대주주인 이상은 회장의 '바지사장' 논란과 함께 그의 아들 이동형씨가 다스 총괄부사장에서 부사장으로 강등된 후 아산공장으로 밀려난 것과 달리, 이시형씨는 초고속 승진 끝에 다스의 최고재무책임자이자 미국, 중국 등 해외법인장까지 맡아 '실세'로 입지를 굳히면서 누가 실소유주인가를 짐작케하고 있다.

다스 자금 120억원은 2008년 정호영 특검 당시 경리 여직원의 개인 횡령으로 결론 났지만 'MB 측근'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가 자금 인출을 결재하는 등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배후에 이 전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조되고 있다. 다스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은 측근들이 비자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는 증언까지 전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지만 정작 다스와 연관된 갖가지 의혹들을 면밀히 따져보면 이 전 대통령이 의혹을 키우고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돈지간끼리 땅을 함께 매입해서 관리하는 건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 관행과는 거리가 멀다. 이 전 대통령이 민자당 국회의원 시절인 1993년 3월 당시 시가 150억원 상당의 도곡동 땅을 개인적으로 구입한 뒤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등기해 놓고 차명보유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나이 차가 16년이나 나는 사돈관계인 김재정씨와 이상은 회장이 다스를 공동 설립한 경위도 석연찮다. 특히 창업주인 김씨가 회사 감사로만 재직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은 점, 김씨 사망 후 그의 부인이 상속세를 현물인 주식으로 납부하고 최대주주 자리까지 포기한 채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한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여러 의심할 만한 거래 관계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전면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해당 거래의 주체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가족, 친·인척이나 측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스 의혹의 정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갈수록 짙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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