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명분으로 김영철 북한 노동장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남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을 펼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응원단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을 펼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응원단

北 "김영철 폐막식 파견"…문대통령과 접견
'남북대화' 우선…靑, 대화 폭 확대 기대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대남공작을 주요 업무를 다루는 곳으로 우리의 국정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남북이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채널을 양측의 국정원으로 통일하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오는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대표단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비롯해 수행원 6명 등 총 8명의 규모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은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기간 동안 별도의 접견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남북은 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남했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돌아간 직후 비공식 접촉을 통통해 폐회식 참석 인사의 격에 대한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올림픽 개회식을 계기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제1부부장간의 북미간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 차례 무산됐던 만큼 이번 폐회식에서만큼은 북미대화 보다는 남북대화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카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김 부위원장과의 급이 맞지 않는다는 것도 북미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보편적이다.

미국 대표단에는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의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역 군인인 쇼나 로복 등이 이름을 올렸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하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다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대남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미국 대표단과 의미 있는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청와대는 김 부위원장의 카운트 파트너로 서훈 국정원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 원장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함께 문 대통령과 김여정 접견 자리에 배석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서 원장과 조 장관을 가리키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이라며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2박 3일간 이뤄지는 북한 대표단 방남 계기에 문 대통령 접견 외에도 서 원장을 중심으로 한 남북간 비공식 접촉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가 북한 대표단의 카운터 파트너로 국정원을 지목한 것을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안골모임'을 이번에도 본격 가동시키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골모임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문재인 비서실장, 백종천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등 3인의 모임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안골모임을 소개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2005년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지만 당시 미국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마카오 주거래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를 동결하면서 뒤로 밀리게 됐다고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후 2006년 11월 김만복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체화 시켜보라는 노 전 대통령 지시로 비서실장(문재인)·안보실장(백종천)·국정원장(김만복)이 매주 목요일 모여 남북정상회담 진전사항을 논의했다는 게 '안골모임'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안골모임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안골모임 형태의 새로운 모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접견 자리에 임종석 비서실장·정의용 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배석시킨 것도 안골모임 형태의 새로운 모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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