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영철 방남 관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출석 관련 정회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가 김성태 운영위원장에 항의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영철 방남 관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출석 관련 정회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가 김성태 운영위원장에 항의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40여명과 함께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잣거리에 머리를 달아도 모자랄 판에 눈 하나 깜짝 않는 김영철을 청와대가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생때같은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울분이 국민 머릿속에 생생하다"며 "쳐 죽일 작자를 세계인의 평화축제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초청한다는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우리 땅을 밟는 즉시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판단된다"며 "정부는 김 부위원장의 파견을 재고할 것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 사태를 보면 지금 김 부위원장에 대한 분노 표출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며 "북한이 이 시점에 김 부위원장을 대표로 보내려는 건 대한민국 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불러일으켜 남북 긴장관계에서의 주도권을 북한이 갖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해군 46명을 죽인 사람을 대통령이 만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김 부위원장을 보낸다는 건 대북제재와 한미동맹을 무너뜨리려는 것인 만큼 온 힘을 합쳐 그의 방한에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단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그의 방남을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발표였다"며 "한국당이 김 부위원장을 트집 잡는 행태는 올림픽(성공)에 훼방을 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 10월15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수석대표가 바로 김 부위원장이었다"며 "당시 일부 언론에서 김 부위원장의 천안함 배후설이 제기됐지만 지금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오히려 남북대화의 노력을 방해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던 사실을 상기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을 내고 "북한의 연이은 대승적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개막식에서 불발됐던 북미간의 대화가 이번에야말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여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국회 상임위가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됐지만 여야가 공방만 벌이다 정회가 선언됐다. 

한국당 간사인 윤재옥 의원은 "김 부위원장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하려했는데 성사가 안 돼 유감"이라며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 부위원장이 오는 것에 대한 유족들의 분노가 크고 과연 우리 안보를 위협한 주범이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로 오는 게 맞느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청와대 앞 항의 기자회견을 갔다 온 건 아는데 이번 건은 각 당 입장에 맞춰 어떤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주장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안 맞는 것 같다)"이라며 "오늘 회의는 예정된 안건만 처리하고 산회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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