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40여명과 함께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잣거리에 머리를 달아도 모자랄 판에 눈 하나 깜짝 않는 김영철을 청와대가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생때같은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울분이 국민 머릿속에 생생하다"며 "쳐 죽일 작자를 세계인의 평화축제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초청한다는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우리 땅을 밟는 즉시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판단된다"며 "정부는 김 부위원장의 파견을 재고할 것을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 사태를 보면 지금 김 부위원장에 대한 분노 표출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며 "북한이 이 시점에 김 부위원장을 대표로 보내려는 건 대한민국 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불러일으켜 남북 긴장관계에서의 주도권을 북한이 갖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해군 46명을 죽인 사람을 대통령이 만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김 부위원장을 보낸다는 건 대북제재와 한미동맹을 무너뜨리려는 것인 만큼 온 힘을 합쳐 그의 방한에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단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그의 방남을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발표였다"며 "한국당이 김 부위원장을 트집 잡는 행태는 올림픽(성공)에 훼방을 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 10월15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수석대표가 바로 김 부위원장이었다"며 "당시 일부 언론에서 김 부위원장의 천안함 배후설이 제기됐지만 지금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오히려 남북대화의 노력을 방해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던 사실을 상기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을 내고 "북한의 연이은 대승적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개막식에서 불발됐던 북미간의 대화가 이번에야말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여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국회 상임위가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가 진행됐지만 여야가 공방만 벌이다 정회가 선언됐다.
한국당 간사인 윤재옥 의원은 "김 부위원장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하려했는데 성사가 안 돼 유감"이라며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 부위원장이 오는 것에 대한 유족들의 분노가 크고 과연 우리 안보를 위협한 주범이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로 오는 게 맞느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청와대 앞 항의 기자회견을 갔다 온 건 아는데 이번 건은 각 당 입장에 맞춰 어떤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주장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안 맞는 것 같다)"이라며 "오늘 회의는 예정된 안건만 처리하고 산회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