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안희정 충남도지사 성폭행 파문]
'여성친화' 강조했지만 비서 성폭력에 몰락
'미투' 지지한 날 성폭력 드러나 더욱 충격
여성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온 유력 정치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현 정무비서)를 수 차례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도 큰 충격에 빠지면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 중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여성 중심 도정'을 신년 화두로 삼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의 조례가 통과되는 데 힘써온 안 전 지사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그를 지지하거나 우호적으로 평가해 온 시민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성폭행이 자행된 시기와 관련해서도 안 전 지사의 이중적 모습이 드러난 데 따른 충격이 컸다.
피해자인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지난 5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스에서 아니라고, 모르겠다고 했는데 결국에는"이라고 말하며 스위스에서 폭행 사실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이는 안 전 지사가 지난해 9월 '인권 증진과 보호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UN 인권이사회의 패널 토의 차 참석한 때를 말한다. 입으로는 인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직속 부하직원에게 폭력을 자행한 셈이다.
김씨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지난달 25일에도 김씨에게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줄 알았다"고 사과를 하며 또 한번의 성폭행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미투 언급을 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한 상태에서 또 다시 그랬다는 게 저한테는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성폭행 관련 보도가 나온 5일에도 안 전 지사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 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서 살아왔다"며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까지 역설했다.
현직 도지사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꼽혀온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만큼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것은 전형적인 위계형, 권력형 성폭행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를 하는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네 생각을 얘기하지 말고 그림자처럼 살라고 말했다"며 "저는 지사님에게 반문할 수 없었고 늘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 그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수긍했고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성폭력이 권력관계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 대부분 권력형, 위계형 성폭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남성권력에 더해 사회적 위치로서의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성폭력 사건은 아주 많이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은 다 권력형이고 위계형이라서 가해자가 대권주자라고 해서 특별히 더 놀라울 일은 없다"며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태 이어져 온 미투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당초의 입장을 뒤집고 이날 새벽 SNS에 글을 올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밝힌 데 이어 도지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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