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슈-남북 정상회담 전격 합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닫혀 있던 문 '활짝'
金 '비핵화 의지' 천명…'文 운전자론' 힘 얻어
남북정상회담에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까지도 
돌발변수 미국과 경색 국면 가능성 등 과제로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남북 정상의 만남이 문재인 정부 들어 현실화 됐다. 다음달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마주 앉는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처음으로, 국면 전환을 위한 북한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한다.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로 북한을 1박2일간 방문하고 6일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특사단 방북 결과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첫 통화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북측은 특사단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명백히 했다.

정 실장은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또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차원에서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이번 대북 특사단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북한과의 실무 협의 등을 통해 이번에 합의된 사안들을 이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곧 이어 서훈 국정원장 등과 함께 이번 방북 결과를 위해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며 "미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고 서훈 국정원장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 5일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위원장 왼손에 친서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있다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 남쪽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남측 인사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정의용 수석대북특사(국가안보실장) 5일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위원장 왼손에 친서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있다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다. 남쪽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것은 남측 인사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2000년과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우리 대통령이 북측 평양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정상회담 때는 항로로, 2차 정상회담 때는 육로로 방문했다. 

판문점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이뤄진 곳으로, 민족 분단의 상징이다. 1971년 8월20일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관련 문서 전달을 위해 남북이 접촉하기까지 20년 가까이 왕래가 끊겼던 곳이다. 남북은 이곳에서, 가장 최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회담 등 각종 남북대화를 열기는 했으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장소로 언급된 적은 없다. 

이번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이 향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요 현안 해결에서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더욱 강조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제재국면 완화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 의지뿐만 아니라 사실상 '무장해제'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지난 2016년 1월 4차 핵실험부터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까지 모두 3차례의 핵실험과 수십 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제재 수위를 높여왔던 게 사실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3월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계기로 핵 무력 고도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분야에까지 '포괄적'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에 연간 50만 배럴(약 6만여t) 이상의 정유가 유입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북한이 연간 들여오는 정유의 90%가량 감축한 양이다. 더불어 연간 원유 공급 상한선을 '400만 배럴(약 50만t)으로 명문화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한 이래 2397호까지 모두 10차례의 대북제재를 채택하면서 원유 공급 상한선까지 명문화하면서 '빈틈'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다가 미국은 대북 독자 금융제재 등을 통해 북한의 돈줄을 조였다. 

북한이 핵 무력을 고도화할수록 국제사회의 이를 위협의 증대로 인식하고 이에 맞춰 제재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ICBM을 개발하며 '미국 본토 타격'을 언급하며 호전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군사적 옵션'까지 언급하며 맞불을 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대화'를 전제로 제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핵'과 '전략도발'의 중단을 언급한 것은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통한 제재국면을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정부 또한 북한의 이러한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고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게 최대한 중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곧 미국을 방문해 북한 측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미국과의 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명분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제재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수월해지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미국 입장에서도 대북제재 여론을 강화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잇단 위기 속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추구해 온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3차 남북정상회담 성사라는 결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운전자론'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북 특사단 파견 성과를 갖고 미국을 움직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온전한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수석특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1박2일의 방북 성과를 소개했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북한 고위급 대표 회동을 통해 합의한 사안을 공개했다. 

정 실장이 밝힌 언론발표문에는 ▲4월 말 판문점에서의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정상간 핫라인 설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 공개 천명 ▲추가 핵·미사일 도발 중단 ▲남측을 향한 핵 및 재래식 무기의 사용금지 등 합의사항이 담겼다.

당초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미대화의 전제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비핵화 의지'라는 단어만 이끌어내도 성공적일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을 깨고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 의지까지 받아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결과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불과 두 달여만에 정상회담 합의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꾸준하게 추구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이라는 미국 주도의 대북공조 틀 안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뜻을 끝까지 관철시켰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던 '평창 구상'도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는 평가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끼인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남북합의 성과로 일단 외교적 '고차방정식'해결과정에 큰 짐을 덜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남북관계의 원심력의 반작용으로 북미관계가 더욱 경색된다면 자칫 북핵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 실장이 방북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곧바로 미국으로 향하는 것도 이같은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을 요구한 것을 당사자인 미국이 즉각 수용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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