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갈등]
채권단, 中 더블스타에 '재매각' 추진 결정
김종호 회장 "해외 매각 반대할 이유 없어"
"해외매각 저지 총력"…노조 총파업 돌입
돌고 돌아 '제자리'…금호타이어 운명은?

광주시민사회·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저지 광주지역 공동 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 31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채권단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민사회·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저지 광주지역 공동 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 31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채권단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체불을 담보로 구조조정·자구계획안 강요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극적인 타결이 기대됐던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 계획이행(자구안) 협약(MOU) 체결이 '해외 매각' 갈등 문제로 발목이 잡힌 가운데, 해외자본 유치를 놓고 채권단과 노조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달 말임이면 한 달 더 연장된 1조3000억원의 채무상환 유예 기간이 끝난다. 이 기간에 노사가 채권단이 요구하는 새로운 자구안 합의서를 도출해 내지 못한다면 중국 더블스타로 해외 매각 또는 가혹한 구조조정이 따르는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노사 양측은 협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노조의 선택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판가름 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달 28일 가까스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협약(MOU)' 체결을 위한 '자구안 합의서'를 도출해 냈다. 

자구안 합의는 지난달 26일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는 언론보도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자, 채권단이 '확정된 방안이 없다'고 해명한 끝에 데드라인(26일)을 3일이나 넘기고 서야 어렵게 도출된 것이다. 

노조는 채권단이 중국 더블스타로 해외 매각 진행 시 사전 협의가 아닌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고 상여금 250% 반납, 생산성 4.5% 제고 등을 골자로 자구안 합의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고통분담 수위가 미흡하다'며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가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강경투쟁을 예고한 뒤 금호타이어 문제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노조 측은 어렵게 도출한 자구안 합의서를 채권단이 거부한 것은 처음부터 해외 매각을 염두해 두고 협상을 추진 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해외 매각 사전합의를 명문화 해줄 경우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이 어렵다는 것이 채권단의 거부 이유로 밝혀진 만큼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관련 기자간담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관련 기자간담회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급기야 산업은행(채권단)이 지난 2일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가 6463억원, 3년간 고용보장 조건을 골자로 매각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하자 노조는 부분파업에 이어 총파업을 예고하고 강경투쟁에 힘을 쏟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일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만이 가장 합리적 방안이라는 입장의 산업은행의 입장 발표에 노조는 더욱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공장 지회장 등 2명이 이날 오전 5시부터 광주공장과 인접한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 송신탑에 올라가 '해외매각 결사반대'를 외치며 무기한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8일 도출한 '자구안 합의서'를 백지화(폐기) 했다.

노조의 강경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마저 당초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 여기에 지난 6일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현 회사 상황에 대해 임직원에 드리는 글'을 통해 해외 매각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이달 말까지 자구안 마련에 실패해 차입금 만기 도래로 채무 변제가 안 될 경우 회사는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고, 법원은 신청 후 7일 이내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회생계획안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사는 곧바로 파선 선고를 받게 된다"며 한진해운과 STX조선, 성동조선 등 구조조정을 혹독하게 겪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국내 기업 사례를 인용해 깊은 우려감을 내비쳤다.

지난 2일 광주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 교통CCTV 작업안전대(총 높이 26m)에서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가 고공 농성(18m 높이 지점)을 벌이고 있다. 사측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협약(MOU) 체결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2일 광주 광산구 영광통 사거리 교통CCTV 작업안전대(총 높이 26m)에서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가 고공 농성(18m 높이 지점)을 벌이고 있다. 사측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협약(MOU) 체결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매각 철회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강경 투쟁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과 경영진은 외자유치와 관련해 '국내·해외공장을 포함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투자 실행 능력'과 '회사 전체 종업원의 고용안정 보장', '외부 투자자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영업·생산분야 시너지 창출 능력'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김 회장이 지난해 10월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공장 지회장 면담시 해외 매각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놓고 이제 와서 해외 자본 투자를 진행해 회사를 계속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며 해외매각에 찬성한다면 당장 회사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금도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중국 상하이차가 인수한 쌍용자동차처럼 기술만 빼먹고 먹튀가 예상되는 중국 자본에 매각 되느니 혹독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조정'을 택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길은 여전히 멀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역 경제의 혼란과 파급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해외매각을 결정했다"며 "광주 지역경제에서 제2의 군산 GM사태,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전면 투쟁으로 해외매각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