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
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

“장난치지 마라.”

내가 어릴 적 학교에서, 집에서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다. 사대부 글 집안에 태어났으니 아이들 장난치는 소리가 좋게 들릴 리가 없다. 

내 무대는 자연히 밖으론 나가지 않으면 안됐다. 거긴 우리만의 세계다. 우리 멋대로 뒹굴고 뛰고 달리고 뛰어내리고, 이제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운동지각 신경을 발달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이었다.

아이들에게 장난은 현실이다. 이것은 심심풀이의 장난에 그치지 않는다. 진지한 삶의 현장이다. 숨바꼭질에 숨어있을 때를 생각해보라. 곧 발각이나 될 것 같고 가슴은 콩닥거리며 아슬아슬 오금이 조여 온다.

잡는 녀석도 진지하다. 어떻게든 빨리 찾아내 잡아야한다. 경찰이나 탐정이 된 듯 온갖 머리를 다 굴려야한다. 숨어있는 녀석도 마찬가지. 순발력, 기민성, 민첩성, 융통성, 있는 슬기를 다해 이 심각한 상황을 잘 헤쳐가야 한다. 전쟁이 어찌 이보다 긴장되고 무서울까? 장난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쫓고 쫓기는 진지한 삶의 현장이다.

불행히도 산업화, 도시화는 아이들로부터 이 중요한 삶의 터전을 앗아가 버렸다. 밖에 나가 놀 친구도 없다. 골목 동무가 사라졌으니 또래 문화도 사라졌다. 골목에선 어른의 간섭이나 통제가 없는 우리만의 약속이 있다. 어떤 일이 있던 지켜야 한다. 아이들에겐 자기들끼리 은밀하게 있어야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다. 은어가 있고 암호가 있다. 센 놈에겐 잘 보여야하고 약한 자는 도와야 하는 엄격한 룰이 있다. 이것이 사회생활의 기본을 익히는 장이다. 자기들 스스로 만든 룰이니까 잘 따르게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새로운 세계, 신기한 것, 뭔가 잘해보려는 욕심, 스릴, 모험, 작은 성취, 위험, 실수, 재기…. 이윽고 큰 성공, 아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창의성, 성장 자극제는 없다.

이 모든 게 빼앗긴 요즘 아이들, 그저 공부 타령만 하는 부모. 이래서는 튼튼하고 건강한 미래사회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잘 놀아야 잘 큰다. 장난 잘 치는 아이가 머리가 좋다. 장난을 꾸미는 아이가 창의적이다. 이 소중한 것을 빼앗겨버린 요즘 아이들이다. 

진정한 나를 찾고 건강한 사회를 알며 미래의 동량으로 키우는 놀이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린이는 대한한국의 미래다. 집과 학원에서 맴도는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함께 어울리며 맑고 밝은 웃음이 마을마다 분수처럼 솟구치고 포도알처럼 터져 나올 때 가족과 국가의 앞날이 밝아진다.

전통 놀이 숨바꼭질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전통 놀이 숨바꼭질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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