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분양시장이 흔들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의 중도금 대출이 잇따라 막히면서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졌던 강남 아파트의 청약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조감도./사진=현대건설 제공.
디에이치 자이 개포 조감도./사진=현대건설 제공.

정부의 고강도 정책으로 청약시장이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강남권 아파트가 '부자만의 돈잔치'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분양 예정이었던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견본주택 개관이 연기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보증 조건에서 제외되면서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GS·현대엔지니어링)이 자체 보증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HUG는 2016년 하반기부터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중도금 보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다음달 분양 예정인 '래미안 서초우성1차'를 시공하는 삼성물산도 시공사 중도금 대출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계약자의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됐다. 

일각에서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중도금 보증 제한이 강남 분양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의 경우 흥행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큼 중도금 보증을 하지 않는 것이 다반사"라며 "수요가 특정계층으로 한정돼 있는 만큼 중도금 대출 유무가 계약률을 크게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 개포동 인근 N 공인중개사 대표도 "어차피 돈 있는 사람들만 오는 동네"라며 "디에이치 자이 개포도 일반물량(1690가구)이 많고 상반기 최고 화제 단지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지 언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고 해서 분양성이 좋지 앟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청약자들은 계약금 10%를 자체조달하고 60%를 중도금 대출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강남권 단지처럼 중도금 보증이 안될 경우 중도금을 모두 자체조달해야하는 만큼 분양가의 70%에 달하는 금액을 가지고 있어야 계약이 가능하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나 래미안 서초우성1차 모두 평균분양가가 3.3㎡당 4000만원대를 넘어서는데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4억~15억원 수준이다. 청약자가 70%에 달하는 10억원가량의 돈이 없으면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현 제도가 강남권 입성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경우 평균분양가가 3.3㎡당 4100만원대로 인근 시세 대비 가격이 4억원 이상 낮게 책정된 상황을 환기, 분양가 규제가 강화된 상태에서 막대한 차익은 소수 돈있는 부유층의 배를 채워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강남권 분양시장이 최상위층인 '부자들의 돈잔치'라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시장 안정화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중산층의 강남권 입성을 막고 부의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도 "향수 10억 대 이상의 강남아파트 입성을 원하는 실수요층 가운데 미래 중도금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대상을 감안, 대출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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