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제조물 결함 피해 고스란히 소비자 몫 지적

# 이제 갓 돌이 지난 딸을 둔 두 자녀의 아버지 김모씨(34)는 첫째 아이가 쓰던 유모차가 낡아 새롭게 구매를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아이를 태우다가 유모차 바퀴가 용접부분이 부러져 사랑스런 딸의 팔꿈치에 전치 3주의 찰과상을 입히게 된 것.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물 유통단계에서 유통업자가 제조업자에게 생산물책임보험(이하 PL 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경향이 없다. 이에 제조물사고 피해자 구제 강화를 위해 유통 표준계약서에 PL보험 가입 요구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유통 표준계약서 개선을 통한 PL 리스크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유통계약 단계에서 충분한 한도의 생산물배상책임보험(PL보험) 가입 요구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계약서가 관행적으로 사용된다.

이와 달리 국내유통시장의 경우 유통업자가 제조업자에게 PL보험 가입을 요구·확인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유통업자가 제조물 결함 발생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경우와 제조물 결함에 대해 원 제조자를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은 때를 제외하고는 책임소재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구제할 대책이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피해 당시 제조업체인 ‘세퓨’가 5억 4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파산하는 바람에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는 전혀 보상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관행적으로 모든 제조업자가 PL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제조업자가 가입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유통을 한 업체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물품공급계약 관련 18개 유통 부분 표준계약서에는 제조업자의 제조물사고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조항만 있고 PL보험 가입 요구 조항이 없다”면서 “정부당국은 제조물 사고 피해자 구제 강화를 위해 유통 표준계약서에 제조업자의 PL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자의 PL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며 “제조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충안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절충안의 방법으로 보고서가 지적한대로 유통계약 과정에서 표준계약서상에 PL보험 가입을 요구·확인할 수 있도록 해 제조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PL보험 가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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