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뇌물 및 350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퇴임 5년 만으로, 노태우·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된 4번째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구속사유에 대해 "범죄의 많은 부분이 소명됐다. 이 전 대통령의 지위와 범죄의 중대성,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이 발부된 후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와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는 직접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서울 논현동 소재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이동해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앞으로 법과 절차에 따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대통령 사건 수사와 기소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그간 수사 기록과 이 전 대통령 조사 내용을 면밀히 살핀 뒤 지난 19일 특가법상 뇌물 및 조세포탈 등 6가지 죄명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207쪽 분량으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도 1000쪽 분량이다. 여기에 8만쪽이 넘는 분량의 증거자료도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민간으로부터의 불법 자금 수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를 실소유하면서 350억원대 비자금을 조직적으로 조성하게 지시하고, 이를 빼돌린 혐의도 있다.

또 다스의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 및 처남인 김재정씨가 숨지면서 상속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으로 납부하는 과정에서 정부 기관이 돕거나 방안을 마련하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호영 특별검사 수사 당시 확인됐던 직원의 개인 횡령금 120억원을 다스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나 청와대 문건을 불법으로 반출해 영포빌딩 지하창고에 은닉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사는 약 15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조서를 상세히 검토하고 검찰 출석 21시간만인 15일 오전 청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은 김희중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을 통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10만 달러)을 받은 사실 자체 외에는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시·보고 사실 자체가 없거나 실무진 차원의 일로 자신은 모른다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됐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이 전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려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10개월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며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고,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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