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문대통령 베트남 순방]

기업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을 계기로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을 눈을 돌린 시점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 된 이후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치솟는 인건비, 환경 규제 강화에 이어 사드 관련 보복 행위가 지속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해온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코트라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시장 대신 인건비가 싼 베트남 시장에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확대하려는 기업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사드 보복이후 중국 내수 시장 판매율이 급감하는 등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베트남에 조립공장을 짓고 베트남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베트남 조립공장은 지난 2016년 말부터 닌빈성에 건설 중으로 올해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사드 여파 이후 중국 내 최대 사업인 롯데마트를 매각, 중국에서 철수를 알린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사업 중인 다른 계열사들도 사업장을 정리하는 한편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업계에서도 베트남 시장 개척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사드 정국으로 인해 지역을 베트남으로 바꾸기로 했다. 

1988년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 기업은 베트남에 505억 달러를 투자하며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중 제조업 분야는 70.6% 비중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에서의 베트남 투자가 활발한 이유로는 값싼 노동력과 전력을 꼽는다.

베트남 현지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은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한 뒤 베트남 공장에서 값싼 노동력, 전력을 이용해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정식 수교를 하기 이전인 1991년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치하며 베트남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2009년 봉따우성에 연산 120만t 규모의 냉연공장을 준공하며 베트남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최근에는 주력인 철강 이외에도 건설, 무역 등에도 투자를 하며 베트남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 뉴시스

두산중공업도 2006년부터 베트남 시장에 진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09년 현지법인 두산비나를 설립, 베트남 다낭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는 몽중2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 등 최근 5년간 7조원 규모의 발전소 사업 수주로 돌아왔다. 

두산중공업은 베트남 풍력발전 시장에 진출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 22일 베트남전력공사(EVN)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한 3MW 해상풍력발전 실증단지 건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베트남전력공사는 실증부지 화보, 사업 관련 인허가를 지원하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ESS를 포함한 풍력설비를 EPC(설계부터 기자재 제작·설치·시운전까지 일괄 수행하는 방식)로 공급할 예정이다. 향후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한다.

업계는 베트남 내수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며 현지 공장 운영에 있어 양질의 값싼 노동력을 통한 낮은 생산원가가 강점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오는 2020년에는 베트남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2대 교역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2대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베트남'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교역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분야를 살펴보면 베트남은 2014년 우리나라의 6위 수출 대상국이었으나 2015년과 2016년에는 싱가포르와 일본을 앞지르며 4위로 발돋움했고, 작년에는 홍콩을 추월해 3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우리 수출이 늘면서 한국이 베트남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7년 8.5%를 기록한 이후 매년 상승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22.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07년보다 2.6배 늘어났다. 

베트남으로부터 수입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베트남의 4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으로부터 148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1위는 미국으로 416억 달러 규모다. 2위와 3위는 중국과 일본으로 355억 달러, 168억 달러 규모다.  

보고서는 한-베트남 교역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한·베트남 FTA를 꼽았다. FTA 발효일인 2015년 12월20일을 기준으로 지난 2년간 수출과 수입이 각각 60.5%와 61.1%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정귀일 연구위원은 "베트남이 한국의 상위 수출 대상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중간재·자본재 중심 수출구조에서 탈피해 소비재 비중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이 단순히 우리 기업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상생발전 경제협력 프레임워크를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발전 및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신산업 기술인력 양성 등에 대한 경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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