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북] '박정희'란 장벽 꼭 넘어야 하는 이유
[뉴스인북] '박정희'란 장벽 꼭 넘어야 하는 이유
  • 김세헌 기자
  • 승인 2018.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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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적폐청산은 마무리된 것일까. 

MB의 개인비리를 넘어 수백 조 원의 혈세 탕진을 블러온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비리의 완전 척결, 적폐의 근원을 도려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혁, ‘토지공개념’을 포함한 헌법 개정, ‘어떤 의미에선 개헌보다 더 중요한’ 선거제도 개편까지 우리 앞에 놓인 길은 험란하기만 하다. 

지난해 12월 금오산호텔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국제학술대회'. / 뉴시스
지난해 12월 금오산호텔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국제학술대회'. / 뉴시스

이 모든 의문의 원인은 하나다. 한국 사회가 ‘박정희 신화’로 상징되는 60년 묵은 낡은 성장체제의 유산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낡은 유산의 폐해가 집약된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하의 9년이었으며, 이제 진정한 적폐청산을 통해 한국사회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의 로드맵을 그려야 할 때가 왔다.

새로운 한국의 구성을 위한 핵심 포인트는 바로 경제적폐의 청산이다. 먹고사는 문제야말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이며, 박정희 이래 60년간 쌓여온 적폐가 파괴해온 국민 행복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에서는 이 경제적폐를 ‘4대 마약’이라는 부른다. ‘투자’ 마약과 ‘환율’ 마약, ‘빨리빨리’ 마약과 ‘찍기’ 마약이 그것이다. ‘따라잡기 성장’ 시대의 유산인 이 마약들은 시대가 바뀌고 여건이 달라진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과거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인구과잉 덕분에 자본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자본과잉이다. 인구 절벽으로 생산성이 하락하는 시기다. 그런데도 과거의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투자’를 외친다. 이것이 과잉투자로 연결되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한국 성장의 역사는 대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인위적인 환율 조정으로 국민 호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대기업과 외국 사람들의 배를 불려준 역사다. 때문에 수출이 증가하고 경제가 발달할수록 분배의 악화도 필연적이다. 사람들이 소비할 돈이 없어서 내수 시장이 침체하니 더욱 수출에 의존하고 다시 내수 시장이 악화되는 구조다. 

교육에서는 사지선다형 찍기 시험과 점수 따기 경쟁, 산업에서는 선진기술 베끼기와 눈앞의 이익 극대화 경쟁. 사회적으로는 ‘돈 안 되는 걸 붙잡고 깊게 고민하는 일’을 배척하는 단기 성과주의로 드러난다. 이는 따라잡기 성장 시대의 유산으로서, 모방경제를 통해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국에서 통할 수 없는 방식이다. 

재벌 체제란 곧 ‘선택과 집중’ 성장 전략의 부산물이다. 될 놈만 찍어서 밀어주기.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노벨상 받기 프로젝트’로 연구자 50명 찍어서 집중 밀어주기 정책을 폈다. 우리 경제를 우물 안에 가두는 대표적인 경제 적폐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의 저자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이런 4대 마약을 끊고 혁신성장,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아울러 경제민주화를 통한 소득재분배와 공정경쟁, 비정규직을 비롯한 일자리 문제, 세금인상과 보편복지 문제 등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 낮은 행복도, 임금 격차 등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파편적인 뉴스로 전해들은 한국 사회의 실체를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이런 현상들이 개별적 요인이 아니라, ‘박정희 잔재’라는 하나의 궤로 연결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한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 형성된 근원이 어디인지를 논리적으로 알게 해준다.

아울러 이명박,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도 결국 우리 사회의 ‘박정희 잔재’임을 이 책은 지적한다. 아울러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두 대통령이 20세기의 ‘박정희’를 구현하려 한 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강하게 비판한다. ‘노벨상 만들기 프로젝트’ 등 비견한 사례까지 들면서 이명박·박근혜 시대가 얼마나 천박하고 경솔함 가득한 세월이었는지를 폭로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난 지금, ‘폐허에서 꽃이 피듯’ 우리는 새로운 한국 사회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유종일·권태호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유종일·권태호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

책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큰 틀에서 제시한다. 경제 방향 뿐 아니라, ‘토지공개념’을 포함한 헌법 개정, 그리고 ‘어떤 의미에선 개헌보다 더 중요한’ 선거제도 개편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것이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꼽는 적폐청산의 효과는 사회적 자본이라 할 신뢰자본의 구축이다. 적폐청산으로 당장 눈에 띄는 ‘돈’의 효과는 없다. 다만 신뢰자본이야말로 경제민주화로 표상되는 공정경제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도덕성까지 아우르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다. 

경제정책 현장에서 활발한 자문활동을 하고 시민사회에서 오랜 기간 경제민주화 운동을 해온 유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올 초 정부와 재계 간에 논란이 뜨거웠던 최저임금 인상문제에 대해 유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전에도 전체노동자의 15%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상황에서 16.4%를 올린 건 무리’하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 성공조건이 될 경제 분야, 곧 비정규직 문제, 세금인상 문제, 보편복지 문제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분석과 조언을 동시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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