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영의 플라세보] 개헌, 역사의 부름 앞에 당당해야
[송도영의 플라세보] 개헌, 역사의 부름 앞에 당당해야
  • 송도영(시사비평가) (webmaster@straightnews.co.kr)
  • 승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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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항쟁으로 얻어낸 제9차의 직선제 개헌, 광주학살 후 제8차의 간선제 개헌, 박정희 영구집권을 위한 제7차의 유신헌법 개헌, 제6차의 3선 허용 개헌, 5·16쿠데타 후 제5차 대통령제 개헌, 4·19 후 제3차의 내각제 개헌, 이승만 종신 대통령을 위한 제2차의 사사오입 개헌, 전시에 통과된 제1차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

3·15부정선거 가담자를 처벌하기 위한 제4차 소급입법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든 개헌의 핵심이 권력구조 변경 문제였다.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는 집권을 위한 억압과 투쟁의 역사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개헌안 심의·의결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 부처 장관의 결재로 대통령 개헌안이 의결 되면 그 즉시 문 대통령에게 결과가 보고된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재가하면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 제출된다. 동시에 전자관보에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이 올라간다. 법률적 의미의 대통령 개헌안의 공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개헌안 심의·의결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 부처 장관의 결재로 대통령 개헌안이 의결 되면 그 즉시 문 대통령에게 결과가 보고된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재가하면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 제출된다. 동시에 전자관보에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이 올라간다. 법률적 의미의 대통령 개헌안의 공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 뉴시스

그런데 최근 개헌 추진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관심은 없이 권력구조만 논의하는 게 문제라며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제까지 개헌은 언제나 권력구조의 문제였으며, 결국 권력구조의 문제가 국민의 기본권 등과 연쇄적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혹은 그 반대 경우들로) 바뀔 때마다 국민의 삶은 크게 뒤바뀌었다. 권력이 어떻게 선출되며 누가 권력을 얼마큼 가지느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정적인 사안이다. 그에 따라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같은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권 보장이란 헌법에 권리 보장 조항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훌륭한 헌법조문을 가지고 있었다. 박정희 때의 헌법도 내용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했고,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국민의 역량과 권력에 대한 통제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문제에 접근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제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에서도 정치인과 유권자 수준을 탓할 게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 유독 개헌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식이다. 정말 그런가? 그럼 사람은 어떻게 바꾸나? 헌법을 바꾼다면 사람(나아가 정당 혹은 정치 문화)도 바뀌지 않을까? 개헌으로 인한 권력구조, 정치구조의 변화는 분명 사회의 모습을 장기적으로 변화시켜 나간다.

따라서 정치인 개개인의 선의와 역량에 기댈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쪽으로 개헌이 추진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민주주의는 사람이 아닌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구조는 다수파가 소수파를 압살하며 패권적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라고 본다. 상대다수대표 선거제와 대통령제의 결합이 그 구조의 핵심이다. 이런 구조적 조건 위에서 인구가 많은 영남지역이 패권을 차지하는 영남패권사회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행 제도는 의회권력과 대통령권력이 동일한 정치세력일 때는 제왕적 대통령이 출현하며, 둘이 다를 때는 국정이 심각한 난맥이 빠진다는 문제가 있다. 

모든 정치인들의 개헌에 대한 입장은 집권 가능성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 집권 가능성이 높을수록 개헌에 소극적이다. 특히 그럴수록 대통령권력을 축소하거나 임기를 줄이는 방향의 개헌을 거부한다.

물론 어떤 정치인도 명시적으로는 개헌을 반대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개헌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요구를 거부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다만 개헌을 충분히 논의하기 위해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그런 식으로 개헌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 김영삼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당선 전에는 개헌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 뒤에는 다른 소리를 했다. 박근혜도 개헌 공약을 내세웠지만, 벼랑 끝에 몰렸을 때나 그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다.

탄핵 정국에서도 그랬듯이 개헌 문제에서도 믿어야 하는 건 정치인들의 그럴듯한 말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의 힘과 지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개헌이라는 현상 너머 본질을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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