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는데도 몸이 피곤하다.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먹고,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냈는데도 피곤이 잘 가시지 않는다. 피곤하니 만사 귀찮아진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집중력도 형편없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이런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 단시간에 결정적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 종일 울려대는 휴대전화와 각종 메신저까지 순간순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세상은 너무 빨리 돌아가는데 그 속도에 맞추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강하게 가해진다. 피곤한 게 어쩌면 당연한 환경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늘 피곤하다는 것이다.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만히 앉아 있다. '멍때리다'라는 말은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은어다. / 뉴시스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만히 앉아 있다. '멍때리다'라는 말은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은어다. / 뉴시스

문제의 원인은 육체의 피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곤한 이유는 단순히 몸이 지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피로감은 뇌가 지쳤다는 신호다. 근본적으로 몸의 피로를 푸는 방법과 뇌의 피로를 푸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면 등의 방법만으로는 완전한 휴식을 얻기 어렵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인 이시형 박사는 그 이유가 ‘뇌 피로’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흔히 몸만 쉬면 모든 피로가 회복되는 줄 알지만, 뇌 피로는 몸을 쉰다고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피로를 덮어버림으로써 은밀히 피로를 가중시킬 뿐이다. 

이 박사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완전한 쉼을 지향하는 웰니스 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11년 동안 이끌면서 깨달은 ‘휴식’에 대한 통찰을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에 담았다. 쉬어도 피로할 수밖에 없는 원인과 한국인이 유독 뇌 피로에 취약한 이유를 알려준다.

또한 ‘뇌 피로도 측정법’으로 자신의 현재 피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수면과 식사, 운동, 피로 컨트롤력 등 인간 전체를 아우르는 과학적 휴식 설계를 통해 지치지 않는 몸과 뇌를 만들 수 있다. 뇌 과학의 선구자가 전하는 ‘뇌 휴식’ 처방서는 우리를 진정한 휴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박사가 말하는 핵심은 이렇다. “피로의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진정한 휴식을 하라.” 이 책에는 선마을에서 다년간 운영해온 프로그램과 내방객 사례, 그리고 국내외 최신 연구 자료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휴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앞서 공부하고 꾸준히 연구해온 뇌 과학의 선구자가 전하는 휴식 처방을 통해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이 박사는 피로를 호소하는 수많은 이들을 만났다. 그들을 진찰한 결과, 그들이 겪고 있는 피로는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곳, 바로 ‘뇌’였다.

뇌를 둘러싼 우리의 환경을 보자.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느라 우리의 뇌는 피로에 찌들어 있다. 특히 한국인의 뇌 피로는 유독 심하다. 이 박사는 그것이 ‘더 많이, 더 높이’를 욕망하는 도파민 문화와 시대가 바뀌어도 심해져만 가는 ‘빨리빨리 병’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최근 뇌 과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DMN’이 뇌 피로의 주원인이라고 지목한다. DMN은 우리가 멍하니 있을 때에도 활동하는 뇌의 신경 회로를 말한다. 즉, 멍 때리고 있는 시간에도 뇌 에너지는 소비되고 있다는 뜻이다.

DMN의 에너지 소비량은 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0~80%나 되는데, 그런 이유로 ‘에너지 낭비꾼’ ‘뇌의 암흑 에너지’라 불린다. DMN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않는 한 뇌 피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뇌 피로가 가속화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결국 암과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치명적인 고통을 받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뇌 피로’의 심각성을 파헤치고,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에서 진정한 휴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뇌 피로를 풀지 않는 한,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은 없다. 문제는 뇌 피로는 몸의 피로와는 달리, 쉰다고 해서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뇌에는 육체적 피로 회복과는 차원이 다른 뇌만의 회복법이 필요하다.

그 유일한 뇌 과학적 방법은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일을 많이 할수록, 억지로 할수록, 일점 집중을 할수록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이는 곧 스트레스와 뇌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깊이 잠들거나 휴식을 할 때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피로가 풀린다. 따라서 뇌 피로를 없애기 위해서는 교감신경의 활성화를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높이는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휴식 설계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수면’ ‘식사와 영양’ ‘운동’ ‘호흡과 명상’ ‘긍정 리셋’ ‘전두엽 조절력’ ‘피로 컨트롤력’ ‘자율신경 단련’ 총 여덟 가지의 몸과 정신 전체를 아우르는 휴식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수면을 놓고 볼 때 무조건 잠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첫 잠 90분’을 충분히 자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피로에 좋다고 알려진 약품보다는 ‘닭 가슴살’에 다량 함유된 성분이 더 효과적이며, 마인드풀니스야말로 뇌를 휴식 모드로 바꾸는 최고의 휴식법이라고 말한다

이시형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이시형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이 밖에도 현재 자신의 뇌 피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오는데, ‘주관적·객관적 뇌 피로도 측정법’과 ‘뇌 피로를 읽는 7단계 로드맵’ ‘뇌 피로에 잘 걸리는 성격 유형’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고유의 치유력을 키울 수 있는 ‘자연 치유’와 감성 지수를 높여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감성 여행 40’ 등 피로에 찌든 뇌를 깊숙이 힐링할 수 있는 궁극의 비결이 펼쳐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모방의 시대’는 끝나고 ‘창조의 시대’가 열렸다. 이 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창의성’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뇌가 피로하면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한국인은 뇌에 과부하가 걸려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여전히 일하고 있다.

이 박사는 자신이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그런 전반적인 한국 상황에서 사람들의 뇌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뇌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은 하루하루 피로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한국인에게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휴식하라고 조언하면서 ‘더 멀리’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삶의 비결을 전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