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br>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시니어 학부모회와 육아일기가 화제다. 시니어 학부모회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참여하는 초등학교의 학부모회다. 맞벌이 학부모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손주를 돌보는 60세대 안팎의 어르신이 학교 모임에 참석하는 모임이다. 조부모 육아일기는 일터에 나간 자녀 대신 손주를 돌보면서 경험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희노애락을 SNS나 책으로 펴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5060세대 중에서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보는 시각에 따라 명과 암이 교차한다. 그러나 성인 자녀와 노부모 부양을 짊어진 상당수의 '더블 케어', 시니어에게 손주의 '황혼 육아'는 또 하나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트리플 케어'다.

우리나라에서 맞벌이 가구는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30대 가구주 가계의 맞벌이 비중은 44.6%에 이른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보편화됐고, 외벌이로는 넉넉한 살림을 살기 어려울 만큼 팍팍한 경기가 계속된 탓이다. 젊은 맞벌이 가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손주를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중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가 조부모 등에게 육아 지원을 받는 비율이 2004년 23.6%에서 2014년엔 53%까지 증가했다. 앞서 맞벌이 가구 비중과 종합해보면 30대 4가구 중 1가구는 그들의 부모에게 손주 양육을 맡긴다고 볼 수 있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더불케어 5060세대 691 가구를 대상으로 부양구조를 조사한 결과, 손주 양육에도 참여하는 ‘트리플 케어’ 가구는 39가구로 전체 더블 케어 가구의 5.6%를 차지했다. 현재 손주가 있는 더블 케어 가구로 한정해보면, 10가구 중 4가구 꼴로 더블 케어에 손주 양육을 얹었다. 이들이 조부모학부모회와 손주 양육일기를 쓰는 가구인 셈이다.

5060 시니어세대 가운데 성인 자녀와 노부모 부양에 이어 손주를 육아하는 트리플케어 가구가 늘어나는 중이다.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풍속도다. (자료=미래에셋은퇴연구소)
5060 시니어세대 가운데 성인 자녀와 노부모 부양에 이어 손주를 육아하는 트리플케어 가구가 늘어나는 중이다.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풍속도다. (자료=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트리플 케어'가구가 손주를 돌봐준 평균 기간은 26.5개월로, 노부모를 간병 시간보다 시간을 더 할애했다. 트리플 케어 중인 5060세대 10가구 중 3가구(28.2%)는 자녀로부터 월평균 55만 원 정도의 수고비를 받으나 나머지는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리플 케어가 또 하나의 경제적, 신체적 부담인 셈이다.

향후 '트리플 케어' 세대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더블 케어 중인 5060세대의 절반(48.9%)이 향후 손주를 돌봐줄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참고로 지난 2015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조부모들이 손주를 돌보는 이유의 3분의 2가 비자발적이었다. 고생하는 자녀가 안쓰러워 할 수없이 도와준다고 대답한 것이다.

조부모 학부모회와 손주 양육 일기는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에 일상사로 다가오면서 노후 경제 생활과 문화를 바꾸는 주요 변수로 급부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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