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피로사회가 된 이유는 '도파민 중독'
무한경쟁 속 스트레스 홍수에 불만 좌절 증폭

 

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
이시형 한국힐링산업협회 명예회장

일에 열중하면 상사에게 칭찬을 듣고, 덩달아 실적도 오르고, 그 재미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신이 나서 더 하고 싶다는 의욕이 넘친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면 한결 같다.

보상이 돌아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한마디로 쾌락 호르몬이다. 그러나 중독성이 있는 위험한 호르몬이기도 하다. 신이 나고 의욕이 앞서도록 하는 도파민의 분비는 그 끝이 없다.

한국의 샐러리맨은 더 큰 것. 더 많은 것. 더 높은 것을 끝없이 원한다. 채울수록 높아져만 가는 인간의 욕망은 도파민 호르몬의 넘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구들이 충족이 안 되면 즉각 불평,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런 상태를 뇌가 좋아할 리 없다.

한국인의 하루는 더 큰 자극을 쫓고, 욕망을 채우는 일의 반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성공하고 승진하기 위해,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짜릿한 승부욕과 성취감에 매몰돼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억지로 야근을 종용하는 회사도 있지만, 동료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일부러 자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빨리빨리 성공해 벌어들인 돈은 또 그만큼의 만족을 위해 쓰인다.

백화점을 가보라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비싼 옷이 즐비하다. 직장에서 한 달에 200만~300만 원을 버는 젊은이들이 카드로 명품을 구입하기 바쁘다. 먹는 것은 또 어떤가? 한 끼에 10만 원이 넘는 스시집이나 레스토랑에 손님이 넘쳐난다. 가격이 싸면 손님이 싫어해서 일부러라도 값을 올린다는 식당도 있다.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아파트는 또 어떤가?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면 지방 도시의 아파트 열 채를 살 수도 있다. 그만큼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떻게든 성공해서 강남에 입성하기 위해, 한 채의 아파트를 가지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고 있다. 그야말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에 올라탄 채 신나게 내달리는 꼴이다. 정작 본인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른다. 결국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욕망은 한이 없는데 채울 수는 없으니 불평과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다. 불만이 쌓이니 화가 나고 화를 해소할 데가 없으니 애꿎은 사람들에게 칼을 휘둘러댄다.

별것도 아닌 일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도파민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도파민은 뇌에게 쉬지 않고 일하라고 명령한다. 누가 봐도 그만하면 됐지 싶은데 부족하나고 외치며 독촉하기 바쁘다. 이쯤 되면 도파민 중독이라 볼 수 있다 웬만한 결과물로는 만족을 못하기 때문이다. 끝없는 경쟁의 연속일 뿐이다. 

근대 문명의 문제로 손꼽히는 무한 경쟁도 따지고 보면 도파민의 역기능인 셈이다. 도파민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죽을힘을 다해 도전하고 전투에 이겨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 도파민의 쾌감이다. 도파민적 욕심, 도파민적 문화가 팽배한 개인이나 사회는 결코 편할 수가 없다. 매사에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피로 사회, 그리고 스트레스 홍수 시대는 모두 도파민적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역기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뇌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파민의 지나친 욕심부터 줄이는 게 급선무다. 바쁜 것을 당연시 하지 말고 한가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바쁜 한국인 특유의 조급증은 'pali pali(빨리 빨리)'라는 용어로 대영사전에 등재돼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천천히 여유롭게'를 되뇌이면서 실천해보자.

이시형 박사가 뇌 피로 예방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 신간,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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