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2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2기 체제의 시작을 알린다.
 
당장 큰 시험대는 '통화정책 정상화'다. 지난 4년간 임기 동안 '저성장 터널'에 갇힐지도 모르는 우려 속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던 그가 이제는 긴축 시대를 맞아 금리인상에 나서야 하는 정반대의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 총재가 풀어야 할 통화정책의 셈법은 미국의 금리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단순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10년7개월 만에 현실화됐다.

게다가 트럼프발 보호무역 공세로 금융시장에 불안감마저 팽배하다. 금리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는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국내 금융시장이 받는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발맞춰 금리인상 타이밍을 재야 한다.

곳곳에 변수도 많다. 금리인상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는 물가 오름세가 경기 성장세만큼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그만큼 내수 경기에 온기가 덜 퍼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45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의 뇌관도 문제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를 진 가계의 이자부담은 늘어나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취약차주 부채의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인 취약차주는 149만9000명으로 증가했고, 부채 규모는 8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불어난 이자를 아예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가 늘면 금융안정을 해치는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은 줄이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묘수를 짜내야 한다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한은의 독립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 총재를 향한 지적은 주로 지난 임기동안 정부의 정책에 맞춰 금리를 내린 것 아니었냐는 것이었다. 정부에 '쓴소리'를 못한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1998년 한은이 독립기관으로 격상된 이후 이 총재가 처음으로 연임 총재에 오르는 것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받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한은을 바라보는 시장과 국민의 기대감도 높다. 정부와의 손발을 맞춰 나가는 한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잃지 않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조직 운영에도 신경써야 한다. 이 총재가 2014년 처음 취임한 이후 김중수 전 총재 재임 당시 개혁으로 혼란이 일었던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지만 보수적이고 경직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최근 한은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830명 중 76%가 내부 경영 평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당장 대규모의 조직 정비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승철 부총재보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고, 2기 체제 변화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계획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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