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제128조에 따라 2018년 3월 26일 헌법 개정안(이하 ‘개헌안’이라 한다)을 발의했다. 대통령은 ‘개헌 발의안 입장문’에서 개헌안을 ‘국민개헌안’이라고 했다. 국민개헌안이라는 뜻은 국민의 뜻이 반영된 헌법이며 국민이 헌법 제·개정권자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 뜻은 무엇인가? 그것은 촛불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19일 미국에서 세계시민상을 받으면서 ‘촛불혁명’을 언급했다. 지난 3월 2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개헌은 '촛불 혁명'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촛불정신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안을 보면 주요 내용은 ‘가’에서 ‘브’까지 무려 62개에 이른다. 그 중에 서 그나마 눈여겨 볼만한 내용을 개헌안 순서대로 꼽아보면 지방분권국가 명시, 국민에서 사람으로 기본권 주체 확대, 기본권 신설(생명권, 사회보장권, 주거권, 건강권, 안전권 등), 노동자의 권리 강화, 국회의원 선거 비례성 원칙, 국민소환제 및 국민 발안제 도입, 감사원 독립기관화, 토지공개념의 강화 등이다. 이 중에서 국민이 주권자로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로 채택한 것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라는 것이다. 그나마 국민발안제도 국민투표로 연결하지 않아 의미를 찾기 어렵다. 국민발안제가 의미를 가지려면 국민이 발안한 것은 국회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개헌안이 현행 헌법보다 나아진 부분은 있으나 촛불정신이 제도화 되지 않아 촛불헌법이나 국민헌법이라고 할 수 없다. 헌법에서 많은 부분은 원칙적이거나 선언적이다. 특히 기본권은 선언적인 면이 강하다. 이것은 구체적인 법률로 시행되어야 하나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이나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법률을 제·개정하므로 기본권 보장이 잘 되지 않는다. 즉 아무리 좋은 기본권이라도 보장 여부는 국회의원들에게 달려 있기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 국민 주권 강화를 위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개헌안에서 채택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로 위임했으니 국회에서 제대로 된 법률이 제정될 리 없다. 특히 국민소환제는 법률에 위임하고 국회의원에게 맡길 경우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절대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사진=스트레이트뉴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사진=스트레이트뉴스)

 대의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쉽게 말해 국회와 국회의원을 국민들은 믿지 못한다. 그런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권력이 문제 당사자인 국회의원에게 있다. 그래서 대의제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난 탄핵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자. 촛불이 없었으면 탄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탄핵 촛불은 그나마 성공한 경우이고 광우병 촛불은 국민의 뜻이 이뤄지지 않았다. 왜 국민이 촛불을 들어야 그들은 국민의 뜻을 따르는가? 문제가 생기면 국민은 또 촛불을 들어야 하나?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30여 년 만에 개헌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개헌한다면 다음 개헌은 기약이 없다. 그래서 이번 개헌은 제대로 되어야 하며 촛불정신이 제도화 되는 개헌이어야 한다. 촛불정신의 제도화는 국민이 입법권을 갖는 것이다. 입법권을 국민이 독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함께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헌법 개정안과 법률 제·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이 발의한 것은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이번 개헌의 핵심은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채택이다. 대통령과 국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 나누기가 핵심이 아니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개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촛불정신과 관계없는 개헌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차피 내용도 부실하고 국회에서 합의도 어려우니 21대 총선에서 개헌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결정에 따라 개헌을 진행하자. 이것이 현명하고 ‘참 민주주의’에 다가서는 길이다.(홍승구 전 흥사단 사무총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